제주 올레길에서 살인사건이 났다. 언젠가 한국에 가서 꼭 걸어보리라 다짐했던 그곳, 올레길, 관광객은 줄어 썰렁한 길이 되고 말았다는 신문보도다. 끔찍하고 기가 막힌 사건이다.
나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 길을 2주일을 걸으면서 곳곳의 무덤을 보았다. 일본인을 비롯, 십자가를 세워놓고 돌무덤을 만들어 놓은 누군지도 모르는 그 죽음들 앞에서 나는 묵념을 하고 그분들의 명복을 빌었다.
대부분이 사고로 죽은 무덤들이지만 이곳에서도 살인사건이 없었으리라 장담할 수가 없다. 세계 어느 곳이나 정신병자가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다. 참 많은 한인들이, 한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이곳 주민들이 위험지구에서 장사를 하고 계신다. 열심히 살지만 한 정신병자의 한 발 총으로 생명을 잃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 정신병자의 횡포를 어떻게 막겠는가?
철저하게 혼자 걸으면서 길 위에서 나는 나를 만났다. 바람 세차게 부는 용서와 화해라는 의미의 페르돈 언덕에 올라서서 내 마음의 밑바닥까지 씻어 내려고 얼마나 속으로 울었던가?
지금도 나는 그때의 기억들과 체험들을 어떤 보물창고처럼 내 마음 깊숙이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하나씩 하나씩 꺼내어 쓰고 있다. 동이 터오기 전의 그 고요한 새벽길을 혼자서 걸을 때, 내가 이 지구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고마움, 하지만 마을 마을마다 카메라가 나를 감시하고 제복 입은 경찰들이 배치된다면 이미 이곳은 혼자 걷는 길이 아니다.
혼자 걷고 싶어 나선 올레길에서 돌아가신 그분도 같은 생각 아니셨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그 분의 명복을 빈다.
<조승자/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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