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 있다 해서 다 누리지 말라. 복이 다하면 몸이 빈궁에 처하게 된다. 권세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다 부리지 말라. 권세가 다하면 원수를 만나게 된다” 복이 있을 때 복을 아끼고, 권세가 있을 때 오히려 더 공손하고 겸손하라는 구절이 명심보감에 적고 있다.
오래 전 세월속의 어느 날, 팝송을 우스꽝스러운 발음으로 부르는 연기자 조형기 씨가 주연으로 나왔던 ‘완장’ 이라는 단편 드라마를 본적이 있다. 순진하고 보잘것없던 시골 청년이 어느 날부터 마을 저수지의 관리인이 되어 ‘관리’라고 쓴 완장을 차게 된다. 처음에는 정말 저수지를 잘 지키려는 의도로 사람들에게 완장 낀 팔을 내밀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몰래 낚시를 하려는 ‘청탁’도 들어오고, 저수지 근처의 나무를 베려고 슬쩍 쥐어주는 돈도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제 더 이상 그의 완장은 예전의 완장이 아니게 된다.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드라마가 잊혀지지 않고 생생히 기억하는 걸 보면, 내게 꽤나 충격적인 인간사로 남았나 보다. 아니, 살면서 그 드라마가 떠오르는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너무나 많은 완장을 만나게 된다. 꼭 필요할 때 멋지게 휘둘러주면 좋으련만, 일단 먼저 휘두르고는 다시 슬쩍 집어넣는다. 마치 새 칼을 선물 받고 뽐내는 어린아이의 몸짓처럼.
키스 해럴은 ‘태도의 경쟁력(Attitude is Everthing)’ 이라는 책속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관점과 지혜, 지원이 필요하게 된다. 자신의 신념과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려면 이기심을 버리고 겸허한 마음과 겸손해야 사람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허나 교만하고 겸손치 않으면 모처럼 얻은 좋은 사람이라도 나 몰라라 멀리 떠나고 만다는 진리를 배우게 된다. 자신에 대한 자만심에 사로잡혀 겸손한 태도를 잃는 순간이 바로 모든 것을 잃는 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아닌가.
성철 스님은 재물병, 여색병, 이름병의 3병 중 쉽게 치유되지 않으며 사람을 가장 망가뜨리는 고질병은 단연 ‘이름병’이라고 하셨다. 옛날 고명한 인물들 중에는 뒤뜰에 말뚝 하나 박아놓고 절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더 이상 자기를 가르칠 스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뚝을 스승삼아 거기에 절을 함으로써 오만해지기 쉬운 마음을 가다듬으며 겸손하고자 노력한 것이다. 또한 어느 작가가 말하던 ‘세탁소의 옷걸이’가 생각난다. 헌옷걸이가 새로 갓 들어 온 옷걸이에게 “너는 단지 옷걸이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라고 충고한다. 잠깐씩 입혀지는 옷을 자기의 신분인 양 우쭐대거나 교만하지 말라는 것이다.
성악가 조수미의 한 친구는 무대에 오르기 전의 조수미를 ‘장 보러 가는 새색시’ 라 묘사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조수미 자신도 ” 무대는 나와 청중 사이의 ‘연애’ 다. 사랑하는 이에게 잘 보이고 싶고, 또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아름다움과 지성으로써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그런 마음이다. 그래서 늘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내 무대를 준비 한다”고 말하는 조수미의 놀라운 재능과 그 녀의 공손하고 겸손함이 얼마나 멋지고 사랑스러운가. 그저 자신을 낮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마음으로 존중하고 그것을 성숙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이 겸손이요, “인생은 되돌려 줄때 완성 된다”라고 말하던 전설적인 골퍼 게리 플레이어(Gary Player)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어린 시절부터 누누이 들어왔고 누구나 겸손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우리 모두 아는데도 겸손이 여전히 최대의 미덕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모습이 대부분 겸손하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되어서도 자신의 구두를 손수 닦던 링컨의 말처럼 겸손이란 ‘지극히 당연한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하는 것’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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