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단연 올림픽 소식일 것이다. 특히 이국 멀리 떨어져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는 이때만큼 대한민국이 자랑스럽게 느껴질 때도 없을 것이다.
동쪽 끝자락에 있는 아주 작은 나라이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우리 태극 전사들의 자랑스런 모습은 오히려 조국에 있을 때보다 더 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열강들이 앞 다퉈 자기 나라를 자랑하고 홍보하려는 이 시대에 올림픽이야말로 가장 좋은 홍보 기회임은 분명한 것이다.
올림픽 뿐 아니라, 자국을 선전할 수 있는 기회라면 많은 재정과 시간도 아까워하지 않는 이 시대에 조용하지만 실속 있게 우리 대한민국을 알리며 자랑하고 있는 곳이 있어 우리 동포들에게 알리고 싶다.
그곳은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문화원이다. 얼마전 한국문화원에서 이메일이 왔다. 한국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6.25 전쟁에 대한 이야기로 “고지전”이라는 제목의 한국 전쟁 영화였다. 우리 가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만장일치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그 이유는 3가지인데, 첫째는 2세들에게 한국 전쟁(6.25)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고, 둘째 이유는 오랜만에 완전 한국말로 듣고 보는 영화라서 웃을 때 웃고, 슬플 때 슬퍼할 수 있기 때문이며(사실 미국영화를 볼 때면 박자를 잘 맞추지 못해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세번째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전쟁영화를 좋아했기에 아무 문제없이 기분 좋게 문화원으로 출발 할 수 있었다.
한국문화원 건물은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곳이었지만, 입구에 자랑스러운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문화원 안에 들어서자 왠지 조국의 향취가 느껴지는 듯, 포근함까지 느껴져 아주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시간이 있어 2층에 올라가보니 한국에 대한 사진들이 여러 장 걸려 있었는데, 그 사진들은 잠시나마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조국의 향취를 느끼게 했다. 준비하고 안내하는 직원들의 모습은 너무 친절하고 겸손해서 동방예의지국의 뿌듯함이 절로 나왔다.
영화관의 좌석은 70석 정도였고 로비에 10여석 TV로 볼 수 있도록 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나는 혹시 아는 사람들이나 있나 싶어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내 눈을 의심했다.
한국 문화원에 한국 영화를 그것도 60여년 전에 있었던 한국 전쟁에 대한 영화를 관람하러 오는 사람들, 당연히 우리 동포들, 나이 지긋하고 반공정신이 투철한 분들이리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내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외국인들의 모습이었다.
자리가 모자라 TV로 마련된 옆 공간까지 가득 메운 그들의 진지한 모습과 관심은 정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을 알리고 있는 한국문화원과 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땀과 헌신의 결과가 분명해 보였다.
사실, 한국을 알리겠다며 많은 재정을 들여 화려한 행사와 이벤트를 하면서도 정작 행사장에 가보면 주류 사회의 참여는 적고 한인만의 잔치로 끝나는 우리 한인사회의 문화행사들을 생각해 볼 때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친절과 사랑으로 조용하게 조국을 홍보하고 실속 있게 조국을 자랑하는 문화원의 모습은 과히 대한민국 최고의 홍보대사들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정말 그들은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나라 사랑을 하고 있고, 대한민국 대표 시민으로서 미국 한복판에서 조국을 선전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특히 그 날 딸 주희가 전쟁 영화가 무섭다 해서 로비로 나와 있을 때 문화원 여직원이 다가와 친절하게 책을 보여주고,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딸아이와 함께 다정하게 있어준 그 모습은 형식이 아니라 친절과 배려의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 그 여직원은 영화 시작 전 영화에 대한 설명을 하셨던 그 분과 문화원 모든 분들께 자랑스런 한국인 상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다.
오랜만에 이역만리 미국에서 한국문화에 푹 빠져 너무도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자랑스런 조국, 대한민국이여! 우리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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