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홈스테이 ‘둥지’ 아닌 ‘폭력 사각지대’
한인 유학원 대표가 홈스테이 학생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체포된 사건이 발생하면서<본보 8월30일자 A3면 보도> 일부 홈스테이가 조기유학생들에게 유학생활의 안전한 둥지가 아니라 오히려 안전의 ‘사각지대’화되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부모로부터 멀리 떠나 홀로 생활해야 하는 조기유학생들이 홈스테이에서 학대 또는 폭력 문제를 겪으면서 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이 같은 문제는 한인 뿐 아니라 미국 가정들에서도 종종 보고되고 있어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례= 롱아일랜드로 조기유학을 왔던 고등학생 최(17)모군은 홈스테이 보호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외아들인 최군이 홈스테이 가족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버릇이 없다는 게 이유였지만 폭행의 강도가 심해 몸은 물론 마음에까지 큰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홈스테이 가족 측은 최 군이 ‘내 돈을 내고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나오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보였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결국 이들을 연결한 유학원이 개입해 최군을 다른 가정으로 옮겼다.
또 다른 조기유학생인 중학생 신(14)모 양은 홈스테이에서 성폭력을 당한 케이스. 그녀는 홈스테이 주인집 아들(17)이 늑대로 돌변한 모습을 아직까지 잊을 수 없어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펜실베니아에서 유학원을 운영하던 한인이 16세 여학생을 성추행해 유죄를 인정하기도 했고, 올해는 한인 홈스테이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는 조기유학생들끼리 패싸움을 벌여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최근 들어 홈스테이 내 각종 폭력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원인과 배경= 성폭력을 제외한 홈스테이 가정 내 폭력 문제는 초기의 제대로 된 대처가 미흡해 더욱 심각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호스트와 학생의 작은 갈등이 점점 커져 감정이 상하고, 결국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호스트들은 특히 학생들의 학업과 생활 태도 등을 이유로 강압적으로 통제를 해 악감정을 키우고, 일부는 학생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대하면서 갈등발생의 요인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피해를 주장하는 조기유학생들은 호스트들이 ‘대리 부모’라는 권위를 이용해 돈을 요구하는 등 상식 밖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반면 호스트들은 학생들이 통제에 반발하는 것을 넘어 지나친 자유분방함을 보여 갈등의 씨앗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특히 ▲학생들이 늦게까지 음악을 크게 틀거나 ▲집안 내에서 각종 비행을 저지르고 ▲부모에게 거짓말을 해 홈스테이 비용을 가로채는 등 학생들이 먼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는 것.
홈스테이를 운영하는 한인 박모씨는 “폭행이나 학대 등은 극히 일부의 문제이며 상당수 홈스테이 가정들이 되려 학생들이 저지르는 비행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은= 전문가들은 홈스테이를 하는 가정들은 가장 먼저 남의 자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아 청소년 양육에 대한 교육을 받는 등 전문성을 기르는 것도 올바른 홈스테이 조건을 갖추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기유학생의 부모 역시 자신의 자녀가 기거하게 될 환경을 꼼꼼히 살펴 문제의 소지를 줄이도록 하며, 동시에 자녀에게도 올바른 예절교육으로 갈등의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
가정문제연구소 레지나 김 소장은 “홈스테이 호스트들은 자기 자식보다 더 신경쓰고, 관심을 갖겠다는 각오가 돼 있어야 하고, 조기유학생 부모들은 자식을 보낼 때 검증에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성폭력과 관련한 문제 역시 또래 이성이 한 집에 거주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처음부터 홈스테이 스스로 위험요소를 인식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될 수 있으면 또래 이성이 있는 집은 서로 피할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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