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미-일 FTA, 양국관계에 ‘양날의 칼’
지난 3월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ㆍ미 FTA 발효 기념 기자간담회에 재미한인 11명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CRS 보고서, 미-일 양국 모두에 위험과 기회 동시 제공
미, 디트로이트 자동차산업외 대부분 업계 찬성 입장
일, 여-야간 대립...내년 선거 이전엔 협상 진전조차 힘들 것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여부가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저울질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CRS는 지난 달 24일 작성한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 가능성과 그 의미’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는 지난 해 말 약 1년간 지속된 내부적 숙고 끝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협상에 참여하는 가능성을 탐구하기로 했다”며 이 같이 분석했다.
CRS는 “TPP 문제는 미국과 일본 모두에게 위험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한편으로 성공할 경우 그동안 양국이 해결하지 못해온 오랜 문제들을 다룰 수밖에 없게 돼 침체된 경제 관계에 활력을 불어넣어 미·일 관계를 한층 높은 단계로 상승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CRS는 그러나 “그 반면에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기존 문제들이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근본적이라는 것을 보여줘 미·일 관계를 후퇴시킬 수도 있다”며 “이는 미국 또는 일본, 또는 미국과 일본 모두가 국내에서의 반대 세력을 다루지 못해 양국 사이에 더욱 개방된 무역 관계를 구축하기 못한다는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TPP는 최소한 11개국(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포르, 미국과 베트남)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협상 참여 국가들은 2015년까지 회원국 간 관세와 비관세 장벽 철폐를 목표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상품 거래는 물론 노동자의 이동과 투자 자유화, 환경·식품안전 등 모든 분야가 협상 대상이다.
만일 일본이 이들 국가들과 함께 협상에 참여해 TPP에 가입하게 될 경우 TPP 회원국이 12개로 늘어나는 것을 떠나 사실상 세계 1, 3위 경제대국인 미·일 간 FTA가 체결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협상 참여 국가들은 TPP를 “투자와 무역을 자유화하고 무역에서 발생하는 기존 및 새로운 문제점과 21세기의 난제를 다룰 수 있는 복합적인 차세대 지역 협정”으로 구상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어 일본의 참여 여부는 기존 협상 참여 국가들은 물론 협상 밖의 국가들에게도 상당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아직 TPP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으나 TPP 협상과는 별도로 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나머지 9개 TPP 협상 국가들과는 개별적으로 협상을 벌여왔다.
그 결과 6개 국가들(브루나이, 칠레, 말레이시아, 페루, 싱가포르, 베트남)과의 협상을 종결했으며 이들 국가는 모두 이미 일본과 FTA를 체결했거나 협상 중인 국가들로 일본의 TPP 가입을 찬성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호주와 뉴질랜드는 계속 일본과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의 경우 바락 오바마 행정부는 일본의 TPP 가입 지지에 앞서 일본이 “신뢰 구축 조치”(confidence building measure)로 사전 취해야 할 3개 이슈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완화, ▲디트로이트 생산 미국산 자동차 일본 시장 개방, ▲일본 우정국 산하 긴급우편배달 서비스업과 보험 서비스업에 대한 특혜 폐지로 정하고 일본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TPP는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무역 정책이자 아시아태평양으로 “재 균형”(rebalance)을 잡는 외교 정책의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은 아시아에서 2위, 세계에서 3위 경제 국가이자 세계 생산과 공급 과정의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의 TPP 가입은 미·일 자유무역협정과 다름없어 TPP가 지역 자유무역협정으로 자리 잡아 성공하는데 있어 중추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자연히 미국 업계 상당부분은 만일 일본이 그동안 계속 문제가 돼왔던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개방을 허용할 경우 일본의 TPP 가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디트로이트의 미국 자동차 산업은 일본이 TPP 협상에 참여하는 것조차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일본의 TPP 협상 참여마저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연히 일본에서도 일본의 TPP 참여 여부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반대는 특히 농업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강하게 일고 있으며 TPP 참여를 지지하는 집권당과 반대하는 야당이 뚜렷한 선을 긋고 갈라져 대립하고 있다.
이와 관련 CRS는 일본 정계 미래의 불투명성을 볼 때 설사 일본이 TPP 협상 국가들의 지지를 얻어 TPP 협상에 참여할지라도 일본 내 반대 세력에 맞서 최종 협정을 인준할 수 있는 강력한 집권 세력이 들어설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 일본 정권교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3년 선거 이전에는 TPP 협상 가입 여부는 물론 미·일 양자 협상의 진전마저도 없을 것을 시사했다.
<신용일 기획취재 전문기자> yishi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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