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진단 한인은행의 현주소 시리즈
▶ 3. 이사진, 이대로 좋은가
바야흐로 은행의 무한경쟁 시대다. 이같은 치열한 경쟁에 있어 이사들의 역할과 책임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해지고 있다.
은행 및 기업의 회계관리의 통제시스템을 강화한 샤베인스 옥슬리 법(Sarbanes Oxley Act)은 상장은행 이사들에게 ▲회계의 독립성과 전문지식 확대 ▲회계관리 감독 및 통제를 요구하고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상장은행 이사의 경우 그만큼 경영 및 회계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게 부과된 것이다.
‘책임과 의무’는 결국 이사들의 전문성과 신탁의무(fiduciary duty)와 연결되며 이는 곧 한인은행 이사들이 직면한 도전과 과제이기도 하다.
■이사들의 전문성 부족
BBCN, 한미, 윌셔, 새한, 태평양, 유니티, 오픈, 메트로 은행 등 8개 한인은행의 이사 71명 중 전문성을 갖춘 외부영입 이사는 15-16명에 불과하다. 전문직 이사들의 상당수는 BBCN과 한미, 윌셔은행 등 상장은행이 대부분이며 비상장은행의 이사들의 경우 거의 모두 은행설립에 투자한 창립멤버들이다.
스몰비즈니스와 부동산 대출위주로 영업이 영위되는 커뮤니티 은행의 성격상 그동안 창립 이사들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은행의 규모를 떠나 회계와 투자, 영업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의 금융지식을 뛰어넘는 전문성이 이사들에게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주은행국(DFI)이 최근 발간한 ‘2011년 가주은행 연례 보고서’의 이사회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가주 내 자산규모 5억-10억달러인 주류은행의 평균이사 수 8명 가운데 창립이사에 해당하는 내부이사는 1.2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7명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 출신이거나 사업가 출신의 사외이사로 대부분 대주주들이 지명한 전문가이거나 은행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인은행 이사들의 대부분이 창립이사인 것도 이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경영진 간섭
몇 해 전 모 은행의 한 이사가 직원과 고객들을 위한 송년행사의 안내장을 사전에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경영진을 질타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어디까지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는지 모호할 때가 많다”며 한인은행 이사들의 경영진 간섭을 지적했다.
은행장을 역임했던 모 인사는 사석에서 “은행 간부들의 눈치를 볼 때가 많다. 회의에서 한 이야기가 돌아서면 이사들의 귀에 들어가기 때문에 회의에서도 말조심을 해야 한다”고 말해 그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은행 간부들이 이사들의 눈치를 보고 이사에 줄서기를 해 경영회의를 시시콜콜 이사들에게 보고하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은행일수록 대부분의 이사들은 대주주로서 은행장과 간부들을 선임하기 때문에 그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른다.
이로 인해 많은 전 · 현직의 행장들이 이사진과의 갈등을 빚어 일부 이사로부터 미움을 사기도 한다. 결국 이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하거나 좋은 영업실적에도 불구하고 연임되지 못하는 것은 이사들의 막대한 영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자리를 의식해 이사들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은행 간부들도 문제”라며 “전문 금융인으로서의 간부들의 자세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객관성과 세대교체
한인은행의 경우 상장은행이든 비상장은행이든 이사들의 평균 재임연수가 모두 20년이 넘는다.
대부분의 이사들이 은행 창립 때부터 이사를 해오고 있기 때문에 ‘한번 이사는 영원한 이사’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외부 인사가 영입되더라도 거의 발언권이 약하고 영향력이 미약하다.
현재 한인 상장은행 이사들의 평균 재임기간은 BBCN 12년, 한미와 윌셔은행이 14년이다. 특히 한미은행 안이준 이사가 1982년부터 30년, 노광길 이사가 28년, BBCN 은행의 김상훈 이사와 이정현 이사는 27년, 윌셔은행 고석화 이사장이 26년째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소형 은행의 경우 대부분의 이사들이 창립 이사들이다.
이사들의 고령화도 전환기에 있는 한인 은행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BBCN 은행의 경우 13명의 이사 중 9명의 이사가 65세 이상이며 한미은행은 7명 중 6명, 유니티 은행은 8명 중 6명이 65세가 넘는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사들의 연령이 문제가 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이사들이 창립이사로서 직접 투자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은행을 개인 비즈니스로 생각하고 이사직을 은퇴 후 일자리 수단으로 생각해서는 객관적인 감독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성장의 주역과 책임
한인은행이 단기간에 이와 같은 급성장을 이룩한 것은 창립 이사들의 비즈니스 경험과 마케팅, 그리고 은행 사랑을 빼놓을 수 없다. 이사들의 은행에 대한 주인의식이 은행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는 것이다.
한 한인은행 이사는 “어려운 고비 때마다 이사들의 지원과 투자 없이는 한인은행의 오늘이 없었을 것”이라며 “이사들은 은행 투자자이기 전에 예금과 대출을 끌어오는 마케팅을 했고 직원들 간, 은행 간 선의의 경쟁을 부추김으로써 은행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이 무한경쟁 시대에 접어들었다.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경영진과 이사진 스스로 전문성과 신탁의무를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한다. 그만큼 이사들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끝>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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