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동기보다 친구 같은 언니들이 더 많은 내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언니기피증’ 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면 주위 사람들은 의아해하곤 한다. 언니기피증이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을 꺼려하 고 피하는 증세를 일컫는다. 비록 내가 만들어낸 말이지 만 내 전 상태를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다.
이 병 아닌 병을 처음 가 지게 된 때는 초등학교 3학 년이었다. 사소한 일로 어떤 언니의 미움을 받아 마음고 생이 심했다. 내 교실에서만 큼은 어느 문제아도 무섭지 않았던 나도 처음 느껴보는 두려움에 친구들과 무리를 지어 다니기 시작했고 혼자 걸어야 할 때면 그 언니와 마주칠까 아예 뛰었다.
3학년을 마치고 호주로 떠 난 나는 이런 기억들로 한국 에서의 마지막 학교생활을 장식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외국에서는 불편한 선후배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 고 곧 그 무서웠던 언니도 잊 어갔다.
하지만 한국학생들이 많은 버클리에 도착하니 어느 수 업을 듣던 어느 클럽 미팅에 가던 언니들이 사방팔방에 있었다. 전처럼 그들이 무섭 지는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불편해서 피했었나 보다. 서 로에게 친절하지만 깊이 있 지 못한 관계, 딱 그 정도에 서 나는 선을 긋고 있었다.
입학 후 몇 년이 지난 지 금,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내가 불편 해했던 언니들이 되었다. 하 나하나 기억하지 못하는 부 딪침, 착각, 오해, 이해와 감동 의 순간순간들이 모여 나이 차이의 허물을 벗겨버렸다.
평생 갈 것 같았던 언니기 피증도 역시 시간이 약이었 고 이제는 또 하나의 숙제, 많은 대학생들이 공유하는 교수기피증을 극복해야 할 시간이다.
<이예지/UC 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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