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종양 말기... 병원 측 호흡기 제거 태세에 가족 “안 된다” 맞서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이성은(가운데)씨를 부모 이만호ㆍ이진아씨 부부가 지켜보고 있다.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20대 한인 여성에 대한 사실상의 ‘존엄사’(인공호흡기 제거) 시행 문제를 놓고 이를 집행하려는 병원과 저지하려는 환자 가족들이 극명하게 대립하면서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병원 측이 법원 판결에 따라 가족의 동의 없이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예정이었으나 가족들의 법원 항소로 일단 시행이 유보된 상태에서 향후 법원 결정에 따라 사회적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환자 본인이 동의”-“판단능력 없어”
법정싸움 서명운동까지... 파장 커질듯
뉴욕에 거주하는 한인 이성은(28)씨는 지난해 10월 마라톤대회 참가하기 위해 운동을 하던 중 쓰러져 롱아일랜드 노스쇼어 병원에 입원했다가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이후 회복과 악화를 반복하다 지난 9월3일 다시 쓰러져 911 신고를 받고 출동한 앰뷸런스에 의해 이 병원으로 옮겨진 뒤 가족들의 동의 없이 말기환자 병동으로 옮겨졌으며, 약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이씨는 이곳에서 ‘스스로 편안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말을 접하고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족들은 회견을 열어 병원 측이 정당한 절차 없이 환자에게 존엄사를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씨의 아버지 이만호 목사는 “잦은 약물 투여로 중독이 된 딸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만큼 인지능력이 정상적인 상태에 있지 않다”며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퇴원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병원 측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병원 측은 18세 이상 성인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인공호흡기 제거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병원 측은 본보에 보내온 공식 서한에서 “병원은 생명을 포기하거나 지키려는 문제에 대해서는 환자의 결정을 존중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 힘든 줄은 알지만 환자의 권리가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병원 측과 환자의 가족들은 법적 공방을 진행하고 있다. 병원 측이 처음 이씨의 인공호흡기를 떼기로 한 날은 지난달 24일로, 이 소식을 하루 전날 전해들은 가족들은 당장 낫소카운티 법원에 ‘집행정지’를 요청했고 법원이 지난달 25일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뗄 수 없다”며 보호자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3일 후인 지난달 28일 법원은 다시 “인공호흡기를 뗄 수 있다”며 종전 결정을 번복했고 이에 가족들은 즉시 항소를 신청해 법원이 일단 항소신청을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 심리를 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법원이 항소신청을 기각할 경우 병원 측은 사실상의 존엄사 시행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교계를 중심으로 ‘이성은씨 살리기 운동’이 전개돼 사흘 만에 청원서가 2,100여건이 모였다고 한다. 가족 측은 페이스북(SaveGraceSungEunLee)을 통해서도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가 쓰러지기 직전까지 다녔던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씨가 65세가 될 때까지 임금의 50%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존엄사란 의학적으로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를 약물투여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지 않고, 호흡기를 떼어 내 자연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다.
현재 오리건과 워싱턴주에서만 공식적으로 허용됐지만, 뉴욕을 포함한 나머지 40개 주에서도 환자의 의견에 따라 호흡기를 뗄 수 있도록 해 사실상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다.
<함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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