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는 분수령이 된 CNN 방송의 보도 뒤에 한인 여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 본사에서 헤드라인 뉴스 PD인 이재인 씨(38, 사진). 이 책임 PD(Supervising Producer)는 CNN 인터내셔널에서 ‘월드 리포트’라는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다.
“우리 팀의 연예 담당 기자가 아이디어 회의에 싸이 건을 올렸어요. 제가 맡고 있는 프로듀싱 팀에서 판단회의를 하는데 팀원들이 싸이(Psy) 발음도 제대로 읽을 줄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더라고요. 싸이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라서 팀원들한테 한국의 유명가수인데 뮤직비디오를 한번 보자 그랬지요. 반응이 너무 괜찮아 결정했습니다.”
8월2일, CNN 뉴스가 세계적 선풍의 시발이었다. 세계 유력방송사로는 처음으로 CNN이 ‘싸이 열풍’에 관한 보도를 내보내면서 ‘강남스타일’은 전무후무한 대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
“보도가 나간 후 사내 반응도 대단했습니다. CNN 웹에서도 폭발적인 인기가 실감나더라고요. 첫 방송할 때는 회사의 윗분들도 (싸이가) 누구야? 하시다가 이제는 모르는 분이 없을 정도입니다.”
CNN은 그 후에도 몇 차례 더 강남스타일 열풍을 보도하며 계속적인 성원을 아끼지 않았다. 싸이도 방미 중이던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CNN에 감사드리고 싶다”며 “CNN이 나를 처음 세상에 소개함으로써 출세할 수 있었다”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이 PD는 “제가 한류에 관심이 많아 원더걸스나 소녀시대 같은 아이돌 스타들을 좀 띄워 주려고 노력해봤는데 반응이 시원찮다”며 “강남스타일을 보며 느꼈지만 결국에는 한국적인 유머나 곡, 가장 한국적인 게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인 PD가 CNN에서 일한 건 15년 전부터. 부친이 모 대기업 주재원으로 근무해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과 독일, 홍콩, 런던을 오가며 일찍부터 코스모폴리탄의 삶을 살아왔다.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인턴과 뉴스 스크립트로 CNN 생활을 시작해 한국계로는 드물게 메인뉴스의 스토리를 결정하는 PD가 됐다. 현재 남편 원용연씨(대한항공 근무)와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다.
그는 “제가 아는 분은 전화기 벨 소리를 ‘강남스타일’로 하고 친구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의 댄스파티 때도 강남스타일을 틀어줄 정도”라며 “저도 자랑스럽지만 싸이가 미국의 한인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뿌듯한 자긍심을 심어줬겠냐”고 대견해했다.
이 PD는 11월 시작을 목표로 CNN에서 야심차게 준비 중인 새로운 프로그램의 책임을 맡았다. 그는 “저는 어디가도 한국인임을 잊지 않고 있다”며 “한국사람이 책임지고 있는 프로에서 싸이가 남보다 먼저 세상에 소개되는 건 당연하다”고 겸손해 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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