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은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었다. 당시 상황실로 실시간 들어오는,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자수를 쳐다보면서 오래전 미국 시애틀에 살던 시절을 생각했다. 필자는 그곳 워싱턴 주정부에서 직무훈련을 받고 있었다. 타국에서 맞는 명절이 외국 생활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에게는 표현하기 힘든 소외감과 외로움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니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 참정권에 관한 헌법불합치결정을 한지도 5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다. 재외국민들이 모국 대한민국의 선거에 참여할 길을 만들어 놓지 않은 선거법이 사실상 위헌이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국회가 2009. 2월에 입법을 하여 재외선거제도가 도입되었지만 1년 반 동안의 입법과정은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많은 국민들이 재외선거를 걱정하였고, 선거를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우리위원회의 그동안 고민과 노력은 하나하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는 오직 재외국민들의 소중한 참정권을 자유롭고 공정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선거를 준비했다. 재외선거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구현하기 위해 입법된 것이기 때문이다.

158개 재외공관에서 처음 실시된 재외선거를 한 점 부끄럼 없이 관리했다.

많은 국민들이 우려했던 불법선거운동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해외 현지에서는 뜻있는 분들이 재외선관위 위원으로, 투표사무원으로 그리고 자원봉사자로 도움을 주셨지만 결국 우리 재외 국민들의 힘이고, 우리민족의 자랑이다.
그러나 한 가지 큰 아쉬움이 있다. 12만3,571명이 신고·신청해서 5만6,456명이 투표에 참여했습니다. 참여율이 추정 재외선거권자의 2.53%로 나타나니 정확한 재외국민 통계도 없으면서 너무 낮다고들 한다. 제도가 참여하기 어렵게 되어 있었지만 필자는 이것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라고 선뜻 주장하기 어렵다.

12월19일 실시되는 제18대 대통령선거일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재외국민들은 12월5일부터 12월10일까지 6일이내의 기간 중 공관에서 투표하게 되지만, 우선 10월20일까지 재외선거인 등록신청 또는 국외부재자신고를 해야 한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등록과 투표를 위해 공관을 두 번 방문하기 어렵다고 해서 국회는 최근 선거법도 고쳤다. 이번 대선부터 누구나 지역을 순회하는 공관직원에게, 혹은 공관 이메일로도 등록신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족은 구성원을 대리해서 신청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선거 후 단지 참여율이 낮다는 이유로 일부에서 재외선거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오랜 기간 이 업무를 담당해 온 필자로서는 무척 자존심이 상한다. 국민의 권리를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선거는 참여할 때 그 의미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도 없다.

외국에서 투표하기가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재외국민들께서 이번 대선에 꼭 참여하여 여러분의 나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기 바란다. 재외국민 모두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빠짐없이 이번 대통령선거에 참여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린다.


<정훈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재외선거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