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광 <원자력학 박사>

독일에서는 메르켈 수상을 두고 부산을 떤다느니 배짱 한번 좋다느니 말들이 많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앞뒤생각 없이 8기의 원전을 폐기처분 하고보니 전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불란서 원전에서 전력을 수입하고도 모자라 대형의 석탄발전소를 가동하니 결국 다른나라의 원전은 안전하고 자기나라의 탄산가스는 지구온난화에 보탬이 안된다고 생각했던 꼴이 되었다.

또 재생에너지 비용으로 매월 전기료에 15%이상을 부과하고 있고 약속대로 나머지 9기의 원전도 10년 안에 모두 폐기하면 앞으로의 인상율은 심각할 정도로 높을 것으로 보이니 이 ‘그린 레이디’의 배짱은 좋았다. 독일은 앞으로 8년간 GDP의 7%인 2,500억 달러를 연구와 기술개발, 전력망 구조개선등에 투자하며 2050년까지 전체전력의 80%까지 재생에너지, 특히 풍력으로 충당한다는 실로 혁명적인 안을 마련했다. 온 유럽이 메르켈의 얼굴만 처다보고 있는 차제라 통큰 리더로 자만할 처지이기는 하다. 독일의 과학기술밖에는 대용량의 재생에너지 개발을 해낼 수 없다는 신념 또한 대단한 모양이다. 과도기를 빨리 겪을수록 이 혁명으로 오는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 했음직 하다.

어쨌든 우선 1만MW(원전10기상당)의 대형 풍력발전단지를 사시사철 지속의 바람이 부는 먼 북해에 160km까지나 나가 세운다는 것이다. 소음도 재해도 토지수용의 반대도 없고 바람 적고 이해관계들로 복잡한 육지를 피하는 수단이 된다. 그러나 수심 70m나 되는 깊은 바다에 조성해야 하는 이 계획은 실로 기술적인 문제들이 많아 이의 해결여하에 따라 성패가 결정 될 수밖에 없다.

심해에 세우는 풍력터빈의 타워구조물의 수를 줄이기 위해 타워당 발전용량을 대형화(6MW) 할 수밖에 없다. 필요한 3개의 블레이드 길이는 각 75m나 돼야 하니 가볍고 강한 재질과 제작공법이 문제가 된다. 회전축, 기어 제동장치, 발전 제어기 등 나셀(Nacelle)안의 모든 부품은 극한의 환경에도 살아 남아야 한다.

장거리 해저 송전의 손실과 전압강하를 막기 위해 직류를 쓸 수밖에 없고 이에는 몇 기의 엄청나게 무거운(2만ton) 전력변환장치를 험한 바다 위 플랫폼에 설치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육지에서도 새 직류송전선의 가설과 교류로의 재변환장치도 필요하다.

대단위 발전단지의 효율은 안정적인 부하(수요)를, 각개의 수요는 양질의 전력공급을 요구한다. 양자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전력의 저장장치와 공급과 부하의 조정이 필요하다. 잉여 전력의 저장에는 수력발전의 양수나 연료전지에 쓸 수소의 생산도 일조를 하겠지마는 축전지를 이용하는 것이 응급사용에 편하다. 이를 위해 초대형 리튬이온 전지등의 개발을 서둘고 있으나 축전단가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또 현존하는 전력망에 이 대단위 풍력과 무수한 군소의 저질 무질서한 태양, 풍력전력의 공급을 조절해야 하며 여기에는 상당히 지능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필요로 한다.

에너지가격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재생과 청정만의 이유로 정책적 비싼 요금을 강요하는데는 어려움이 크다. 또 기술적인 문제들이 쉬 풀리지 않으면 독일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먼 바다에 버리는 바람을 잡아 가용 에너지로 바꾸며 충분한 양을 공급한다는 그 도전과 실천은 실로 가상하다. 이 에너지혁명이 8년 안에 이루어진다면 여러 나라에 좋은 본보기가 되며 메르켈의 결단과 리더십은 칭송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