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무대서 첫 3차례 등판 연속 패한 3번째 AL 투수‘수모’
디트로이트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는 ‘월드시리즈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3-8로 패하면서 ‘필승 카드’를 잃은 셈이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 사이 영 상과 MVP를 휩쓸고 올해는 노히터까지 던지는 등 메이저리그 전체 최고 투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가 싱겁게 무너지는 바람에 1패 이상의 타격을 입었다.
24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홈구장 AT&T 파크에서 벌어진 제108회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이미 0-2로 뒤지고 있던 벌랜더가 ‘호랑이 때려잡는 쿵푸판다’ 파블로 산도발을 상대로 스트라이트 존에서 벗어난 연속 체인지업을 던지자 제프 존스 피칭코치가 마운드로 튀어나온 것.
3회 만에 피칭코치가 마운드로 쫒아 나오자 자존심이 상한 벌랜더는 존스 코치에게 “상대 타자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관중만 열광시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효과도 없었다. 그가 바로 다음에 던진 공은 산도발이 담장을 넘겨버렸다. 이는 산도발의 경기 두 번째 홈런이었다.
산도발은 다음 타석에서도 홈런을 때려 월드시리즈에서 첫 3타석 홈런을 날린 첫 타자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게 됐다.
내셔널리그 디비전(NLDS)과 챔피언십 시리즈(NLCS) 연속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자이언츠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또 그들이 홈 필드 이점까지 쥐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타이거스는 ‘돈의 제국’ 뉴욕 양키스를 4연승으로 휩쓰는 위력을 보여줬고, 또 자이언츠가 최종 7차전 대접전을 치르는 동안 푹 쉬면서 선발 로테이션을 완벽하게 ‘충전’했기에 우세가 점쳐졌다.
특히 벌랜더가 1, 4, 7차전에 등판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타이거스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였다. 반면 자이언츠는 에이스 맷 케인을 NLCS 7차전에서 사용, “할 수 없이” 배리 지토를 1차전 마운드에 올린 것이었다.
벌랜더처럼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94~95마일 강속구를 뿌리고 투구수가 130~140개씩 늘어나도 끄떡없는 투수가 드물다. 하지만 벌랜더는 이날 어이없게 무너지면서 ‘킥카푸’ 에드 서머스(108~09 타이거스)와 클로드 프레스턴 ‘레프티’ 윌리엄스(1919년)에 이어 3번째로 첫 3차례 월드시리즈 등판 연속 패한 아메리칸리그 투수가 됐다.
벌랜더는 신인이었던 2006년 월드시리즈에서 “의욕이 넘치다 보니” 두 번 다 패했지만 6년 베테랑으로선 이런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까지 ALDS와 ALCS에 서 0.74 방어율로 3승을 거둔 ‘괴물투수’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지난 7월 올스타게임에서도 산도발에 3루타를 맞았던 벌랜더는 경기 두 번째로 산도발이 친 공이 담장을 넘어가자 “와우”하며 놀라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혀 더욱 얼굴이 뜨겁다.
벌랜더가 스스로 무너진 게 아니라 자이언츠 타자들이 파울볼 21개로 벌랜더를 무너뜨렸다고 보는 게 정확할 수도 있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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