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금요일 막내아들이 하교시간 학교에서 친구가 뒤에서 뛰어와 심하게 태클을 하는 바람에 넘어져 쇄골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당일에는 응급실에 가서 몇 시간을 보내느라 정신이 없었고 주말 동안에는 밤낮으로 끙끙대는 아들 때문에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사고 당시 학교 관계자 중 아무도 아이들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아들의 얘기를 듣고 이해가 되지 않아 자세한 상황을 듣고자 월요일 아침 학교를 찾았다.
교장 선생님과 면담을 해보니 학교에서는 그 때까지 아무도 이 사고에 대해서 알고 있지 못했다.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차로 혼잡한 등하교 시간에는 당연히 누군가가 통제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당일 학교 앞을 맡았던 담당자가 누구였냐고 묻자 교장 선생님은 인력난으로 매일같이 하교 시간에 학교 앞에 배치할 교직원이 없다는 것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교내 구석구석까지 감독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교직원 대비 학생 비율이 너무 높아서 학교의 전 구역을 감독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학생들은 문제가 있을 경우 사무실에 보고를 하도록 교육했는데 당일에 아무런 보고가 된 것이 없어 학교에서는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안전의 문제는 학생들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가 아닌가. 참으로 황당했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는 중고등학교가 같이 있어 2,000명 이상의 학생이 있는데 교육 예산 부족으로 올해부터 스쿨버스 혜택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한인타운에 사는 대부분의 한인 학생들을 비롯해 많은 학생들이 메트로 버스로 통학을 하거나 부모들이 일하는 시간을 조정하여 등하교를 시키고 있다. 당연히 하교 시간의 학교 앞은 부모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넉넉지 않은 승하차 구역 때문에 줄 지어 서있는 부모들의 차량으로 무척이나 혼잡하다.
그런데 이 시간에 배치할 학교 교직원이 없다니. 뿐만 아니라 수업이 끝난 이후에는 교내조차도 부분적으로만 감독이 되고 있다니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예산부족으로 생기는 사각지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과 대응은 전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몫이라는 것 아닌가.
최근 몇 년 동안 캘리포니아가 재정 적자에 시달리면서 교육 예산도 줄어들어 수업 일수 축소와 교사 수 감소는 물론이고 학교 물품이나 학교 행사 기금 마련도 부모들의 몫으로 돌아온 지 오래이다. 학교를 청소하고 정원을 관리해주는 직원들도 한 학교를 맡아 매일 상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학교를 맡아 일주일에 한번 씩 들러 관리해주고 있고, 상주 간호사도 마찬가지이다.
LA인근에 도서관 사서가 있는 학교는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이고 학생이 2,000명이 넘는 어떤 고등학교에는 칼리지 카운슬러조차 없다고 한다. 그동안 예산 문제가 교육의 질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은 있었으나 이렇게 아이들의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었다.
다음 주 선거에 회부된 교육 예산 관련 발의안 30에 대한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아직도 찬반을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가 있다면 묻고 싶다. 교육의 질을 떠나 학교가 아이들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4달러당 1센트 판매세 인상이 많게 느껴지는가? 공교육이 이대로 무너질 경우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교육비에 비하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지 않은가?
자녀를 비싼 사립학교에 보낼 능력이 있는 상위 2% 부자들의 증세가 불공평한가 아니면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 가정의 자녀들을 위험한 환경으로 내모는 것이 불공평한가? 이래도 발의안 30에 대한 찬성이 망설여지는가?
<윤희주 민족학교 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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