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장에서의 회식자리에서 생긴 일이다. 시국 이야기가 오고가는데 10여년 연상의 파월 장병 출신인 상사가 당시 민주세력을 대표하는 양 김씨를 욕하며 비난했다. 듣다못해 내가 그게 아니고 이러이러한 것이라고 반박을 했더니 상사는 갑자기 따귀를 때리며 “야! 이 빨갱이 xx야, 북쪽에 가서 살아”하는 것이었다.
몇년 뒤 해외취업이 되어 한국을 떠났다. 열악하고 낯선 객지 생활은 힘들었지만 그 보다 더 괴로운 것은 책임자인 간부의 소위 ‘정신’교육이었다. 수시로 한국인 관리자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우리 조선 놈들은 안돼. 그냥 잡아다가 패고 그래야 정신차리지. 데모하는 것들 모조리 감옥에 처넣어야 돼” 등.
처음엔 듣고만 있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회사 그만 둘 각오로 반박하고 논쟁했다. 간부는 본사에 연락하여 나를 빨갱이 사상에 물든 직원이라며 교체해달라고 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업무 외적인 이 사건으로 나는 그후 많은 불이익을 당해야만 했다.
이제 그로부터 20여년이 흘렀다. 그때 그 상사들은 60이 훨씬 넘었으리라. 그들이 그토록 욕하던 양 김씨가 차례로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며 그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이따금 궁금해진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60대, 70대 어르신들이 이제는 레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한국의 근대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을 강요당했고 이를 잘 감당해 오늘의 대한민국이 되도록 가장 많이 애쓴 그 분들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최창수 / 개인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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