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샌디가 닥쳤을 때 3일 동안 방 안에 갇혀 있었다. TV는 채널마다 샌디 뉴스뿐이다. 값비싼 고급 자동차가 고속도로 옆에 깜빡이만 켜놓고 서 있다. 기름이 떨어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럴 때에는 고물 차라도 기름만 탱크에 가득 채워져 있다면 최고이다. 그런데 나의 고물차에도 기름이 없다. 전철도 끊어졌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CD를 찾았다. CD꽂이 선반 위에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다. 청소도 할 겸 CD 한 장 한 장을 정리해 보았다.
통기타를 배우던 시절이 그리워 기타 연주곡들만 들어있는 CD를 찾았다. 자니 기타, 예스터데이, 금지된 장난 등의 곡에 취해 과거의 뿌연 안개 속으로 빨려 들어갈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센티멘털해지며 더욱 우울해졌다.
이번에는 라-밤바, 탱고, 트위스트 등 명쾌한 곡에 맞춰 혼자 춤을 추어 보았다. 머리에서만 곡을 따라가지 몸은 뻣뻣하게 굳어 있다. 허리도 돌아가지 않는다. 발놀림도 리듬을 따라잡지 못한다.
이것이 세월인가. 침대 위에 벌렁 양팔을 벌리고 드러누워 버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힘이 솟구치는 힘찬 노래는 없을까? 금세기 가장 유명한 세 사람의 테너 가수들 카레라스, 도밍고, 파바로티. 이들이 부르는 ‘오-홀리 나잇’을 들으니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힘이 솟아난다. 고음의 목소리가 막혔던 내 답답한 가슴을 확 트이게 한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신발 끈을 단단히 동여맸다. 가까운 이웃부터 태풍 피해는 없는지 살펴보러 나갔다.
<김철우/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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