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태블릿PC인 서피스(Surface)를 구입한 S군이 고민에 빠졌다. 학교 과제물 작성에 필요한 오피스 2013이 따라오고, 커버로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가 마음에 들어 모아둔 용돈을 털었다.
그런데 사용하기 시작한 몇 시간 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새로 출시된 제품이라 앱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아 자신이 만든 포트폴리오 파일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서피스에 깔린 운영체제(OS)인 윈도우8 RT 속도가 안드로이드 보다 느리다. 기존의 윈도우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다. 터치스크린 움직임이 늦다. 몇 주 내 가격이 폭락할 것이다”등 인터넷에 올라온 평가들이 불편한 심사를 가속화시켰다. 사용 전과 후의 태도불일치로 인해 인지부조화를 경험한 것이다.
50여 년 전, 심리학자 페스팅거가 피력한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이 지닌 태도 혹은 신념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면 그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유리하게끔 왜곡한다.
S군도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이 내린 결정을 합리화하려고 “다른 태블릿에는 없는 오피스 프로그램이 있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좋다”라는 장점을 부각시킴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마치 이솝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우가 내린 결론과 비슷하다. 탐스러운 포도를 따먹으려고 굶주린 여우는 높이 매달린 포도송이를 겨냥해 여러 번 뛰어보았지만 헛일이었다. 지친 여우는 결국 “저 포도는 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먹음직스런’ 포도가 ‘맛없고 신’포도로 돌변한 것이다.
그와 비슷한 현실 왜곡, 행동 합리화가 추수감사절과 겨울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오는 대학 새내기들 가운데 빈번히 일어난다. 그것은 재학 중인 대학에 관해 의구심을 품고 재평가를 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교수 강의가 시시하다 부터 시작해서, 기숙사 음식이 형편없다, 주말에 딱히 할 일이 없다, 주변 환경이 열악해서 밤에 마음대로 나가지도 못한다에 이르기 까지, 지원 전에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급기야는 친구들이 다니는 대학과 비교하며 “이웃집 잔디가 더 파랗다”라는 불편한 진실에 이른다.
의구심으로 발생된 인지부조화를 해소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S군과 여우가 사용한 방법, 즉 강의가 재미없지만 학점은 잘 준다, 기숙사 음식은 별로이지만 주변에 맛집이 있다 등으로 의구심을 일으킨 근원 자체를 합리화시킨다.
그리고 합리화에 한계를 느끼면 두 번째 방법인 전학을 시도한다. 자신의 본래 태도와 행동을 수정하는 전학에는 유형, 무형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지원서를 다시 쓰는 수고는 물론, 처음부터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골라서 내린 자신의 오판에 관한 비평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데 두 가지 방법 모두에 빠진 것이 있다. 자신의 선택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인간이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동물인 듯 싶지만, 실제 삶은 비합리, 비이성, 맹목적인 요소가 주도한다.
알고 보면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라기보다 자신의 잘못과 어리석음을 정당화하기에 바쁜 존재다. “돈을 건네주었지만 뇌물은 아니다”라는 국회의원, “남의 답안지는 보았지만 베끼지는 않았다”라는 수험생, “컴퓨터 게임은 했지만 놀은 게 아니다”라는 학생이 좋은 예다.
지원대학과 전공과목을 선정할 때 충동, 수동, 격동으로 점철된 노선을 택하는 지원자도 다를 바 없다. 그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야 삼동(三動)을 조절할 수 없는 인간에게는 삶 자체가 고통이란 것을 깨닫는다.
<대니얼 홍 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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