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인터넷이 고장 났다. 1994년 18년 전 유학생의 도움으로 처음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이 내 손에 들어왔을 때 나는 “아, 내가 비록 이 캔사스 시골 한구석에 박혀 있어도 이젠 세계가 내 손안에 들어왔다”라고 소리친 것이 생각났다.
그 이후로 거의 인터넷을 통해서 하루 생활이 이루어 졌었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선지 며칠 전에 인터넷이 고장 나서 제대로 고쳐 지지 않는다. 아무 할일을 없어져 버린 것 같이 허전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신문을 받지 않으니 세상 돌아가는 뉴스도 볼 수 없고, 저녁이면 즐겨보던 드라마도 볼 수 없고 말씀 준비 중 필요했던 각종 정보도 알 길이 없고 예배 준비를 위한 파워포인트 작업에도 많이 아쉽다.
1년 반 전에 캘리포니아에서 중요한 책 몇 권만 달랑 들고 이리로 와서 정말 나의 생활이 단조로운데 더 단조로워진 것이다. 할 수 없이 나는 다른 할 일을 찾아보았다. 그동안 읽고 싶어서 가지고 왔지만 인터넷으로 인해 읽지 못했던 책들을 뒤지기 시작 하였다.
이 책 저책 만지다가 쉐퍼가 쓴 “고뇌하는 그리스도인”을 손에 잡고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1940년대 그리스도인들이 쉐퍼에게 쓰고 쉐퍼가 답장을 한 글들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의 아픔과 진단을 보기 시작했다. 인터넷 고장의 은혜이다. 책을 펴기 전에 인터넷 홍수 속에 헤매다가 가 버린 많은 날들을 생각한다.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면서 비록 누렇게 발한 색깔이지만 고전 속에서 옛 믿음의 선조들의 신앙을 읽으니 마음이 안정되고 급한 마음이 없어진다.
오늘 미디어 컴으로 바꾸어서 직원이 와서 설치했더니 약 2주일 만에 인터넷이 다시 시작 되었다. 그러나 일정 시간만 사용한 후 끄고 다시 누런 책을 손에 들었다. 책을 통해서 얻어지는 고귀한 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서정길 / 목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