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싶었는데 벌써 연말이다. 아무런 한 일도 없는데 세월은 아쉬움만 남기고 훌쩍 떠나버렸다. 세월은 사람을 게으르게도 만들고, 성숙하게도 만든다. 또한 세월은 대머리도 만들고, 백발도 만든다.
이래저래 철들 무렵엔 몸이 생각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잘 들리지도 않고, 잘 보이지도 않는 가운데 떠나간 세월을 원망한들 무엇 하랴.
또한, 흐르는 세월 속에 밥그릇 수를 세어본들 무엇하랴? 주일날 예배 후에 교회 식당에서 먹은 국밥 그릇 수를 챙겨본들 신앙이 더 깊어지겠는가? 그것이 신앙의 연륜일까?
이제는 교인들이 성경 말씀 암송보다 국 끓이는 데 더 익숙해있지나 않은지 돌아봐야한다. 성경책은 닳아 있지 않고, 교회의 국밥 그릇이 더 닳아있지 않은지 살펴봐야한다. “이 교회의 국밥이 별미”라는 이유로 그 교회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어느 교인의 이야기도 있고 보면, 이제 미주 한인교회는 국밥 없이 교회사가 설명되어질 수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다.
몇 달 전 미주 한국일보에는 교회 헌금의 세금 공제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연방 세법 관련 조항에 따르면 연말 교회 헌금 확인서에는 기부자로 부터 “헌금을 받았는데 이는 아무런 대가성이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어야 공제가 가능하다. 즉, 헌금을 낸 교회로부터 아무런 물질적인 혜택을 받지 않아야 공제가 가능하다.
그러므로 교회가 국밥 예산을 짜서 헌금으로 국밥을 끓여 교인들끼리 먹으면, 이 국밥 값은 개개인의 헌금 총액에서 공제되어야한다. 이미 ‘국밥’이라는 물질적인 혜택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인가? 한인교회라면 새해 달력 만드는 일이 큰 행사이다. 이 달력 제작비 또한 헌금 총액에서 제외되어야한다.
국밥과 달력의 폐단도 크다. 백발의 교인이 국밥을 목회자 사무실까지 배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리스도께서 피조물을 너무 사랑하신 나머지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내려오셨던 것처럼, 목회자도 식당으로 와서 신과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세워야할 것이다. 달력 또한 담임목사의 성함만 대문짝만한 달력은 헌금의 낭비이며, 하나님의 영광이 목회자에 의해 가려질 수도 있다.
성경의 사도행전 14장을 보면, 앉은뱅이를 단숨에 일어나 뛰게 하는 하나님의 능력을 행하는 바울과 바나바의 이야기가 있다. 주위의 사람들이 바나바를 제우스신으로, 바울을 허메 신으로 섬기고자하나 그들은 자기 우상화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우리는 집사니 장로니 권사니 하며 자기도취에 빠져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는지 돌아봐야한다.
우리가 천국에 가면 두 가지 사실에 놀랄 것이라고 한다. 꼭 천국에 있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못 보는 경우와 지옥 갈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천국에서 예수님 바로 옆에 앉아있는 경우이다.
불황이지만 연말을 맞아 직원들에게 연말 파티를 열어주는 회사들도 많다. 주니퍼라는 컴퓨터 네트웍을 시설하는 회사는 해마다 연말 파티 예산을 따로 책정해둔다. 그 예산의 내역을 보면, 직원들에게는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나눠주고, 점심 후 무숙자 급식소에 직원들이 가서 터키요리 등을 만들어 나눠준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왔다. 이제 크리스천들이여, 새해엔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국밥을 거르자. 그 절약한 비용으로 형편이 안돼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을 돕자. 여기서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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