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퀸즈식물원에서 ‘나무 입양 상’을 받은 방준재(왼쪽부터 세 번째). 오른쪽은 수잔 레서티 이사장, 그리고 헬렌 마샬 퀸즈보로장.
마국생활 40년...봉사와 기부 실천하려 노력
채널13 한인후원회장.청소년재단.보태니컬 가든 한인후원회장등 역임
강원도 장호마을 어린이 통학길 자전거 보급도 11년째
올해로 미국생활 40년을 맞은 그는 이 나라가 세계 최대강국이 된 이유를 나름대로 열심히 찾아본 결과 그 답은 딱 두 가지더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밸런티어를 할 줄 알아요. 봉사하는 거지요. 다음으로 여유가 좀 생기면 도네이션 하는 겁니다. 주머니를 기꺼이 털어요.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기부를 할 줄 압니다.“ 어렵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딴 세상 이야기로 들릴 런지 모르나 미국생활에 익숙해질 만큼 살아온 그로서 몸으로 터득한 시민정신이었다. 그리고 이 시민의식을 몸소 실천 중이다.
미주한인청소년재단 회장, 미 공영방송 PBS 채널13 한인후원회장, 퀸즈 보태니칼가든 한인후원회장을 역임한 방준재(68)는 현직 의사 출신이다. 의료관련 단체 빼놓고 의사 직함으로 뉴욕 한인사회 단체에서 20년간 중도 하차하지 않고 끈기 있게 봉사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또한 한국의 불우 어린이 지원사업도 11년째 조용히 벌이고 있다. 지난 2002년 한국 일간지에 보도된 강원도 삼척 장호마을의 어린이들을 돌보는 현지 보건소장의 미담에 접한 그는 통학길 자전거 보급으로 시작한 지원 사업을 한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친지들과 함께 십시일반으로 거둔 후원금을 매년 3,000달러씩 보내다가 금년에는 최대액 6,000달러를 보냈다. 후원금으로 구입한 자전거를 타고 찍은 현지 청소년들의 해맑은 모습과 함께 날아오는 답례편지에 수줍기도 하다.
그의 단체 봉사활동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미국 온지 20년이 넘어서는 시기였으니까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룬 직후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창설한 첫 단체는 1994년 출범한 ‘채널 13 한인후원회’. 워싱턴 정가에서 코리아게이트로 인해 한국의 이미지가 손상되고, 미국에 사는 코리안 아메리칸은 24시간 일만 한다는 평가에 안타까움을 느끼던 방준재에게 어느 날 공영방송, PBS(채널 13)의 보드미팅 장면이 눈에 띠었다.
월터 크롱카이트와 같은 오피니언 리더들이 참여하는 이 방송을 통해 손상된 한국, 한인들의 이미지를 살려보겠다는 일념이었다. 전국후원회에 가입해 참여의 길이 열렸고, 다소 억지를 부려 ‘Korean American Friends of Thirteen(한인후원회)’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후원 액수는 적었지만 한인들의 ‘봉사와 기부’ 정신이 그대로 받아들어졌다.
1999년 ‘The Korean-American Spirit’이라는 특집이 방영돼 한인들의 긍정적인 면들이 미 주류사회에 소개되었고 방준재는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에서 열린 전국총회에서 특별봉사상도 받았다. 청소년재단은 고향(경남 진주) 선배 이문성의 권유도 중요했지만 정관에 실린 재단의 방향이 옳다고 생각되어 합류했다. 청소년들의 정체성 함양이란 명제는 미국생활을 하면서 미국인과 한국인 사이에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자기중심을 잡는 방향타라고 생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몸속에 어머니의 아이리시 피가 흐르고 있지만 아버지의 아프리칸 흑인 아이덴티티를 선택해 성공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93년 이문성이 창설한 재단에 이사로 참여하다가 수석 부회장 3년을 거쳐 1999년부터 2005년까지 6년간 회장을 맡았다. 재단의 기초를 충실히 닦은 초대 회장으로부터 조직과 함께 12만 달러의 튼튼한 재정을 넘겨받았다. 한인사회에 드문 기록이었다.
시간적으로 쫓기는 직업, 한정된 인맥, 인맥이라야 골프인맥(브루클린 골프회 창립, 2대회장, 뉴욕골프회장) 정도인데, 의사로서 자칫 목에 힘주는 사람으로 오해받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연초부터 계획을 세워 재단 사업을 추진했다. 매월 1회 뉴스레터를 제작해 배포했고, 재정 건전성을 위해 중요한 국세청(IRS) 면세혜택을 노력 끝에 2년 만에 받았다.
또한 2세 청소년들의 의식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9.11 때 어디 있었나’, “북한을 어떻게 보는가” 등 에세이집을 6회 출판했고, 재단과는 관련이 없던 보험인 하용화를 삼고초려 끝에 스카우트해 바통을 넘겨주었다. 리더십이 뛰어난 하용화는 젊고 새로운 인맥을 발굴해 재단에 활기를 불어넣는 한편 몇 년 후 젊은 변호사 그룹을 이끌고 뉴욕한인회장에 당선돼 참신한 바람을 일으켰다.
방준재의 미국 입국은 1973년에 이루어졌다. 한국서 의대 졸업, 군의관 3년을 마치고 호기심 가득찬 눈으로 브루클린 소재 킹스브룩 주이시 메디컬 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처음 외과 인턴을 해볼까 하다가 내과를 선택했다. 병원도 규모가 크고 환자들이 북적거리는 감리교 계통의 ‘뉴욕 메소디스트 병원’으로 옮겼다. 그곳서 3년간 내과 트레이닝을 마칠 때 과장이 따기 힘든 심장 전문의 펠로우를 제의했으나 아쉽지만 거절했다. 대신 개업을 위해 병원 적을 요청했다.
내과 전문의로서 78년 방준재의 개업은 남달랐다. 40년 경력의 주이시 닥터 맨하임 시걸로부터 이미 오피스를 인계받기로 일찌감치 점지해 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신체검사 때 알게 된 인연으로 40년 프랙티스를 하다 은퇴를 하게 된 닥터 시걸로부터 환자를 넘겨받았던 것.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온 행운의 오피스는 시걸이 2세대였으니까 방준재는 3세대째인 셈이다. 1세대까지 모두 합치면 100년 역사가 넘는 닥터스 오피스(브루클린 200 프로스펙트 팍 웨스트)를 그는 35년째 지키고 있으며 서둘러 은퇴할 계획은 없다. 2004년 미 소비자연구위원회가 선정한 ‘American Top Physicians’에 들었고, 2011년에는 뉴욕감리교병원의 ‘힐러스 홀 오브 페임’에 올랐다.
그러나 그가 토로하는 의사라는 직업의 내면은 결코 편한 직업이 아니다. 흰 가운 입고 폼 잡는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행복한 직업은 아니라고 한다.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생활은 안정되겠지만 각박한 면도 있다. 꼼꼼해야 하기 때문에 남들에게 깐깐해 보이고, 결코 실수를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가 대단하다. 일반 범죄는 사면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의료과실을 범하면 하루아침에 라이프가 송두리째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의료 송사 때문에 의사나 병원이나 모두 방어적인 프팩티스를 합니다. 조심스럽죠. 그것이 미국경제에 미치는 낭비가 몇십조 달러라고 CNN이 밝혔어요.”
그는 박정희 시대에 한국이 못 살고 어려운 처지였지만 ‘하면 된다’는 말을 철저하게 믿고 따랐던, 말하자면 박정희 정신의 모범생이자 우수생이었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기회가 온다는 신념을 가지고 조국의 앞날을 걱정하며 열띤 토론으로 밤을 지새우던 세대였다. 그리고 1968년엔 서울대의대 학생회장을 지낸 의식 엘리트였다.
그 시절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육영수 여사의 지원으로 서울대 학생회가 말죽거리, 거여동 판자 난민촌의 위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 진료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월 1회 청와대를 방문했던 일이었다. 육 여사가 하루는 대통령 집무실로 그들을 안내해 들어갔을 때 멋쩍게 담배를 권하던 박대통령, 학생들에게 담배를 준다며 나무라던 육 여사, 옆방으로 옮겨가 경부고속도로 진척상황을 군대식으로 지휘봉 잡고 자상하게 브리핑하던 박대통령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최근 뉴욕에서 창설된 보수단체 ‘조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이 활성화되기를 그는 기대한다.
조종무<뉴저지 고문/ 국사편찬위 해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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