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줄곧 도시에서만 자란 나는 고향이란 단어는 마음이 가뭇없이 막연해진다. 그럼에도 한 살 한 살 늘어가는 나이가 속도를 부쩍 더해가는 요즘은 문득 예고도 없이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그 날들, 그 거리, 그 사람들이 마당을 서성이거나 음악을 듣거나 잠에서 깨어 눈을 뜰 때 느닷없이 눈앞에 펼쳐진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녔던 대구에서의 기억은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처럼 아스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로 스멀거리며 올라오던 열기에 지쳐 메고 오던 가방을 내팽개치고 길가에 앉아 울었던 기억이 있다. 외할머니댁 마당의 너무도 시원했던 우물이 더운 여름의 기억과 늘 함께 있다.
서울로 이사하고 한 2년은 한강변 가까이에 살았다. 봄이면 엄마 따라 언니 따라 바구니 옆에 끼고 강둑에서 나물을 캐고, 홍수가 지는 여름날에는 방까지 물이 차올라왔다. 마당을 출렁이는 빗물에 배를 띄워 놀던 장마철도 궂은비의 기억보다는 하늘을 찌르는 웃음소리의 울림이 더 크다.
철도 살짝 들어가던 사춘기를 지냈던 곳은 강북에서의 날들이다. 성북구 돈암동, 지금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그곳일 것이라 여겨질 정도이다. 가난했던 집 마당에 분꽃이 흐드러졌고 세상을 알아가던 가슴에 사랑의 설렘을 가져다 준 것도 그 시절이다.
세월이 더할수록 애틋해지는 고향에의 그리움은 9월을 지나며 가을을 채비하는 마음에 먼저 와 자리 잡는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