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달라 알-무알리미(가운데) 주유엔 사우디아라비아 대표부 대사가 17일 유엔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안보리 새 비상임 이사국으로 선출된 투표 결과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환영하고 있다. <사진=유엔>
유엔 총회서 비상임이사국 선출 몇 시간 만에...첫 거부사례
시리아사태 안보리 무기력 입증사례로 지적...‘아랍 그룹’ 입장 철회 촉구
<유엔본부=신용일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 이사국 자리를 거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유엔 총회에서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선출된 국가가 이를 거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안보리는 1718호(2006년), 1874호(2009년), 2087호(2013년), 2094호(2013년) 등 결의를 통해 북한 핵과 미사일 비확산 문제를 현안으로 다루고 있어 특히 한국에게는 이사국 구성 자체가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유엔 총회는 지난 17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차드, 칠레, 리투아니아, 나이지리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내년 1월1일부터 2년간 활동하게 될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비상임 이사국으로 선출했다.
이는 올해 12월31일 임기가 끝나 공석이 되는 아제르바이잔, 과테말라, 모로코, 파키스탄과 토고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실시된 투표 결과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외무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리 진출이 확정된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성명을 내고 “안보리의 이중 잣대가 국제 평화와 안보리를 책임져야 할 의무를 막았고 안보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할 능력이 없다”며 비상임 이사국 자격을 거부했다. 성명은 구체적으로 시리아 사태를 꼬집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화학무기로 많은 주민을 살해했으나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다며 이를 안보리의 무기력함을 입증하는 사례로 지적했다.
또 안보리가 수십 년간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점도 비상임 이사국 진출 거부 이유로 내세웠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 같은 입장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상임 이사국으로 선출된 직후 압달라 알-무알리미 주유엔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가 “(국제사회) 분쟁에 대해 절제와 평화적 해결 방법을 지지해온 우리의 오랜 정책을 반영한 것”이라며 유엔 총회 결정을 환영한 발언을 뒤엎은 것으로 회원국들이 그 진위와 배경에 의아해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엔 ‘아랍 그룹’(Arab Group)은 19일 보도 자료를 내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자격을 거부하는 입장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아랍 그룹’은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지위와 관련된 사우디아라비아 왕국 형제들의 입장에 대해 주유엔 대표대사급 차원에서 비상한 방식으로 논의를 했다”며 “우리는 그들의 입장을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중대하고도 역사적인 현 시점에서 아랍과 이슬람 세계, 그리고 특히 중동 지역을 대표하는 축복을 받은 그들이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지위를 유지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우리들의 관심사들을 옹호해주기를 기대하고 바란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유엔 총회 표결에서 총 191표 중 176 찬성표를 얻은 점을 보아 관심 회원국들의 설득으로 이사국 자리 거부 입장을 철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만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자격을 거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이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공식 서한으로 전달할 경우 유엔 총회는 올해 안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신할 다른 국가를 아프리카와 아시아퍼시픽 국가들 중에서 선출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안보리는 거부권을 가진 5개 상임 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과 지역별로 분배된 2년 임기의 10개 비상임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해 이번 선출된 5개 비상임 이사국 이외 5개 비상임 이사국은 올해 1월1일 임기가 시작된 아르헨티나, 호주, 룩셈부르크, 르완다와 한국이다.따라서 앞으로 약 1년 2개월 임기가 남은 한국은 안보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아니면 또 다른 이사국을 상대로 한국 정부 입장을 설득해야 하는가의 여부가 현재 불투명한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으로 선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 유엔 북한인권조사위, 28.29일 유엔총회서 중간보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오는 28과 29일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유엔 고위 관계자들을 면담하고 유엔총회에 중간보고를 할 예정이다. 유엔총회 중간보고는 마이클 커비 조사위원장이 29일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제68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 출석해 구두로 발표할 계획이다. COI는 17일 보도 자료를 내고 영국 런던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공개 청문회 계획과 함께 그 사이에 잡힌 이 같은 일정을 밝혔다.
COI에 따르면 23일 영국에서 열릴 청문회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30일과 31일 워싱턴 D.C. 청문회는 존스홉킨스 대학 국제대학원(SAIS)에서 개최된다. COI는 이번 청문회에서 증언할 사람들 중에는 “북한 상황에 대한 직접적 평가가 있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혀 탈북자들이 증인으로 나설 것을 시사했다.
커비 조사위원장은 “비록 우리가 북한에 직접 접근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자신들의 경험을 전하는 용감한 증인들을 통해 생생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이 청문회들이 국가(북한) 현황을 조명하고 초점을 강하게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OI는 앞서 지난 8월 서울과 도쿄에서 청문회를 열었으며 지난달에는 소속 전문가들이 태국을 방문해 탈북자와 납북자들에 관한 실태 조사를 벌였다.
또 커비 위원장은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2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출석해 첫 중간보고를 했다.
커비 위원장은 당시 구두로 발표한 보고에서 수집한 증거와 증언들은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포괄적인 인권탄압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에 부합한다고 밝혔다.그는 또 증언들이 매우 구체적이고 충격적이어서 국제사회의 후속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COI가 기본 임무인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의 규명뿐만이 아니라 어떤 기관과 관리들이 책임이 있는가를 정확하고 공정하게 밝혀낼 것이라고 재차 확인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에 따라 지난 3월 설립된 COI는 올해 조사를 마친 뒤 내년 3월 열리는 제25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공식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오준 주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지난 17일 유엔 대표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우리정부는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이므로 여타 사안과 분리해서 인권문제 그 자체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기본입장에 따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문제 논의에 참여 중”이라며 “2013년도 제68차 유엔총회에서도 예년과 같이 북한인권 결의안이 상정될 예정인바, 문안 협상과정부터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여타 공동 제안국들과 긴밀히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COI는 호주 대법관 출신인 커비 위원장과 세르비아 인권운동가 소냐 비저코, 인도네시아 출신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마르즈키 다루스만 등 3명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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