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사람이 안하는 일, 처진 일이 우리 목이죠”
▶ 봉사정신.추진력.정부펀드 유치능력 등 타고난 사회사업가
<사진=조진우 기자>
한인의 권리와 복지에 관한한 열악하기 이를데없던 1970년대초 한인사회에 가난하고 힘든 자들이 기댈 언덕이 생겼다. 비영리사회봉사기관으로 출범한 뉴욕한인봉사센터가 어느새 창립 40주년을 맞아 오는 21일 맨하탄 트라이베카에서 기념만찬을 갖는다. 김광석 회장을 만났다.
▲2~3세를 위해 할 일
56세로 재취업하려 한다, 보험이 없는데 큰 병이 생겼다, 밥 한 끼 차려먹기 힘들다, 방과 후 아이 맡길 곳이 마땅찮다...앞날이 답답하고 어두운 이민자들의 눈과 귀를 시원하게 열어주고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곳, 뉴욕한인봉사센터(KCS, The Korean Community Services of Metropolitan New York, Inc)는 그런 곳이다.
73년 3월 퀸즈한인교회 한진관 목사를 비롯, 뜻있는 이들에 의해 창립된 뉴욕한인봉사센터는 퀸즈성당과 한국일보의 헌신과 후원으로 나날이 성장, 현재 이민, 노인, 공공보건, 직업훈련, 가정/청소년/아동 부문의 방대한 프로그램을 운용, 하루 1,100명이 이용하고 있다.
“현재 159가 메인오피스를 비롯 5군데 장소에서 풀타임 35명, 파트타임 15명, 자원봉사자 100여명이 봉사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안하는 것을 우리가 한다는 모토로 일한다. 처진 사람, 힘든 사람이 우리의 몫이다. 3년전부터 2세인 린다 리가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1세와 2세가 3세를 향해 같이 가고 있는 것이다.”
김광석 회장은 2~3세를 위해 할 일이 있다고 한다.
“159가 오피스를 6년전 330만달러에 구입하여 사무실과 이민자 교육을 하는 커뮤니티 센터로 사용하고 있고 플러싱센터(166가 효신교회)는 복지상담과 취미교실 등을, 경로회관(코로나, 플러싱, 브루클린), 맨하탄 32가 공공보건리서치센터, 브루클린에서는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 이용자 20~25%는 중국인을 비롯한 타인종이다.”
KCS가 159가 건물을 소유하게 된 것은 98년 코로나의 땅을 옥션에서 28만달러에 구입, 8년 전 130만달러에 판 것이 씨드머니가 되었다. 이때 1달러부터 200만달러까지 노인, 젊은이, 독지가들의 정성이 모였다.
“건물이 있으면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할 수 있고 더욱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다. 현재 300~400명이 모일 수 있는 2차 건물을 플러싱 쪽으로 보고 있는 중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자산 형성을 해주는 것이다.” 일단 커뮤니티의 힘으로 건물이 구입되면 수리비는 정부로부터 받을 수가 있다. 이때 ‘정부 펀드의 귀재’라는 말을 듣는 그의 진가가 발휘된다.
“백년기획위원회가 하는 일이 그 일이다. 3~4대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 100년 계획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 1세들이 2세를 위해 무엇으로 기여할 것인가, 그런 정신을 남겨주면 3세가 우뚝 설 것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현재 KCS에는 13명의 이사가 모이는 이사회가 있다. 이사회는 KCS의 정책을 정하고 회장과 사무총장도 선출한다. 그는 2003년 회장이 되었다.
▲포도농장 하러 미국으로
응급구호프로그램 운용뿐 아니라 노인단체의 내분에 중재자로 이민사회 해결사 노릇까지 하는 김광석은 어떤 사람일까. 평생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은 태생이나 자라온 환경부터 다를 것 같은데 1956년 경기도 안성 출신인 그는 9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어린 시절 어머니께 혼난 기억밖에 안난다”고 파안대소한다. 농사를 짓는 부모님은 해방후 안성군 이중면의 죽산성결교회를 지어 헌납하고 당신의 집도 교회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지을 정도로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강원도 성수고등학교 시절부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고민하던 조숙한 소년은 ‘세상의 병은 누가 고치나’에 귀결,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77년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갔고 졸업 후 도시빈민들에 도움을 주고자 봉천동 철거민촌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정착비를 둘러싼 개발업자와의 갈등, 성장 우선의 공권력에 실망하고 “이제 그런 고생 안한다. 돈을 벌자“며 85년 미국으로 왔다.
“나파 지역 와인이 유명하니 포도농사를 지으면 좋을 것 같았다. 땅이 좋은 캘리포니아로 가서 농장주가 되기 전 리치몬드 지역에서 그로서리를 했는데 장사가 잘됐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비즈니스맨으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연거푸 세 번 강도를 당했다. 그때 대학시절 은사가 찾아와 너는 타고난 사회사업가라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컬럼비아 대학원 사회사업학과에 원서를 넣었는데 덜컥 붙었다. 86년 뉴욕으로 와서 학교를 다니고 88년 졸업하면서 자메이카 소재 흑인기관 서비스프로그램에서 6개월간 인턴을 했다. 이왕이면 한인사회에서 봉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
김광석은 89년 8월부터 뉴욕한인봉사센터에서 3년간 일한 다음 뉴욕시 노인국으로 들어갔다.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정부 시스템을 알아야겠다’ 싶었다. 노인국에서 지역단체를 돕는 일을 하는데 다시 뉴욕한인봉사센터의 요청이 왔다. 93년 사무총장으로 재취임하니 가장 시급한 일이 경로회관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61가 한성교회에서 1984년부터 7년간 운영하며 200명의 한인 노인들이 이용하던 프로그램이 교회사정으로 인해 중지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김광석은 “너에게 주어진 일이라면 너가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하마’는 하나님 말씀에 용기를 얻고 무료 사용공간을 찾던 어느 날, 뉴욕 그리스도 교회 정춘석 목사가 찾아왔다.
“교회건물을 경로회관으로 사용하라.” 페인트가 막 마른 새교회였다. 94년 경로회관의 개관예배를 보면서 정목사는 “이 교회는 여러분을 위해 하나님이 지어주신 것입니다” 하고 말했다. 이 말은 지금도 그를 떨게 만든다. 1998년에는 무궁화 상조회를 발족시켜 장례비를 예치하고 코람 무궁화동산에 1,200기의 장지를 준비시켰다.
▲작은 힘이 모여 커다란 에너지를
이 모든 일을 하면서 김광석은 컴퓨터를 전공한 아내가 평생 직장생활을 하여 마음의 안정을 주었다고 한다. 부인 이경하는 현재 아멕스에서 일하고 있고 장녀 인배는 하버드대학 졸업후 퍼블릭헬스 관련 일을, 차녀 명배는 웨스트포인트 졸업후 이태리에 근무 중이다.
KCS에서 20년 이상 청춘을 다 바친 그에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20년째 따뜻한 점심배달을 하는데 100명 중 중국인이 30명 정도다. 차량이 너무 낡아 한국 기업에 도움을 청했으니 대답이 없었다. 일본 닛산이 즉각 트럭을 제공해줘 이 차로 배달 중이지만 2대가 더 필요하다.”
여러 어려운 일들이 많지만 그는 앞으로의 비전이 더 중요하다.
“제2차 건물에는 메디칼 크리닉을 열고자 한다. 지금 전개 중인 현미잡곡과 저염 실천 및 금연캠페인, 정신상담, 인터내셔널 보험도 운용하는 등 헬스케어에 더욱 치중하려 한다. 현재 캐시 50만달러, 350만달러 론이 가능하고 200만달러만 더 준비되면 된다. 커뮤니티 펀딩이 가장 중요하다. 21일 40주년 만찬에 2세들이 많이 오기 바란다. 한인들의 모금, 유산, 기업 기부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를 가져오면 10개를, 10만달러가 모이면 100만달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마치 마술같다’고 하는 그의 말대로 작은 힘이 뭉쳐 엄청난 에너지를 생성하는 KCS의 발전상을 우리는 이미 보았다. “사람들이 KCS에 와서 해피하면 감사한 일이다. 2차 건물이 완성되면 발 뻗고 잘 것이다. 책임감을 느낀다. ”는 김광석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용하는 일은 자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그의 마술을 볼 수 있을 것같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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