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부터 혜택 축소… 전국 4,700만명 타격, 생필품 샤핑 줄이고 기호식품은 꿈도 못 꿔
▶ 대상자는 갈수록 늘고 혜택은 더 줄어들 판
11월부터 효력을 발생한 푸드 스탬프 혜택 축소로 영세민들이 고통스런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서민 가정에서 한 달 식비를 10달러나 20달러 정도를 줄여봤자 거의 표시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푸드 스탬프에 의존하는 빈민들의 식단은 눈에 띄는 변화를 겪어야 한다.
이들은 11월부터 효력을 발생한 푸드 스탬프 혜택 축소로 고통스런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다.
많은 저소득층 가구들이 아이들을 위한 1갤런들이 우유를 두 병에서 한 병으로 줄였고, 저녁 식탁에서 신선한 브라컬리를 뺐으며 아이들이 학교에 가져갈 스낵도 없앴다. 줄이고, 빼고, 덜지 않으면 더 큰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이 정도의 조정만으로 식생활을 꾸려갈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상당수의 저소득자들은 매월 중순 이후 푸드 팬트리와 수프 키친으로 향해야 한다.
매월 832달러의 소셜시큐리티 연금으로 생활하는 레온 시몬스(63)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이번 달에는 아예 고기 맛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어떤 종류의 고기건 구입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소셜시큐리티 연금의 절반을 렌트비로 사용한다는 그는 월 42달러에서 33달러로 9달러가 깎인 11월분 푸드 스탬프를 이미 다 써버렸다.
시몬스처럼 푸드 스탬프 축소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미국인은 총 4700여만명을 헤아린다.
이번 혜택 축소 조치는 연방 의회가 1964년 푸드 스탬프 법을 통과시킨 이후 최대 규모로 미국인 7명당 한 명이 영향권에 들어 있다.
비영리기관 ‘파트 오브 더 솔류션’이 운영하는 브롱스 푸드 팬트리의 사무총장 크리스토퍼 빈은 푸드 스탬프 축소 여파로 지난주 푸드 팬트리를 처음으로 방문한 가구가 60가구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달이 끝나기도 전에 푸드 스탬프가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며 “그 정도의 셈은 어린애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연방 정부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푸드 스탬프를 13.6% 인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지난달 31일을 기해 시효가 만료됐다. 늘어났던 혜택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지만 영세민들이 느끼는 부담은 만만치 않다. 반면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에 약 50억달러를 절감하게 됐다.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 관련 전체 지출액은 2012회계연도에 784억달러를 기록했다.
유자격 가구에 제공되는 푸드 스탬프 혜택은 소득과 가족 수를 감안한 복잡한 공식에 따라 산정된다. 이 액수는 지난 수년간 꾸준히 떨어졌지만 식비보조를 원하는 사람들의 수는 혹독한 불경기를 거치면서 꾸준히 증가했다.
예를 들어 4,030만 명을 헤아리던 2010 회계연도의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 가입자 수는 2년 후 16%나 급증했다.
연방 하원과 상원이 지난주 논의에 착수한 새로운 농장법안에 합의한다면 앞으로 수년 내 푸드 스탬프는 추가 삭감된다.
공화당이 장악한 연방 하원은 자격조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향후 10년에 걸쳐 400억 달러 푸드 스탬프 예산삭감을 승인했다. 반면 민주당이 다수당인 연방 상원은 경영 합리화를 통해 40억달러의 예산을 줄이는 방안을 지지한다.
그러나 단 100~200달러로 한 달분의 가족 식탁을 꾸려야 하는 빈민층은 정치적 논쟁 따위에 도통 관심이 없다. 관심이 없다기보다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경기부양책, 농장보조금, 여당과 야당의 의회 내 힘겨루기는 이들에게 별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그로서리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의 화두는 하루 단위의 생존이다. 다른 말로 하면 하루살이들의 버티기가 최대 관심사다.
가정건강 도우미로 일하는 라파엘라 리베라(34)의 임금은 시간당 10달러다. 가족들이 근근이 목에 풀칠한다는 그녀는 “이번 월말에는 네 식구가 하루 3달러로 먹고 살아야 한다”고 한숨지었다. 그녀의 가족에게 이번달 지급된 푸드 스탬프 혜택은 36달러가 삭감된 420달러다. 라파엘라는 가정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그녀는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긴 쥐꼬리만 한 소득과 남편이 수령하는 장애인 보조금으로 렌트와 경비를 해결하고 푸드 팬트리에서 집어오는 야채와 닭고기 등으로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푸드 스탬프를 보완해서 빠듯하게 하루하루를 넘긴다.
수퍼마켓 캐시어 출신으로 신체장애자인 잉그리드 모크(46)는 지난주 브롱스 푸드 팬트리를 방문해 그린빈 통조림과 파스타, 간쇠고기, 사과 등을 닥치는 대로 집어왔다.
지난 10년간 모크는 푸드 스탬프의 도움으로 딸을 먹여 살렸다. 딸은 올해 열두 살이 됐다. 그녀의 푸드 스탬프 수령액은 6년 전의 월 309달러에서 이번 달에는 250달러로 줄었다.
식비 지원금은 난도질을 당하고 있는데 쌀과 옥수수기름 같은 주요 식품들의 생필품들의 가격은 오히려 상승세다.
덕분에 모크는 샤핑을 할 때마다 신중해진다. 매달 세 박스씩 구입했던 12개들이 계란을 한 박스로 줄이고, 바나나 비슷한 플랜틴은 1달러어치만 산다.
커피와 설탕은 샤핑 품목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자신이 즐기는 기호식품부터 줄여야 한다. 모크는 “나야 어른이니 배고픔을 참을 수 있다지만 한참 먹을 나이인 딸은 그렇지 않다”며 “냉장고 안에 음식이 없다는 것을 아이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장을 볼 때마다 딸 위주로 물건을 집는다.
고객들의 지갑이 가벼워지면 업소들의 매상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푸드 스탬프 혜택 축소는 특히 달동네 마켓들에게 타격을 안겨주었다.
빈민가구에게 지급되는 푸드 스탬프는 가구당 평균 272달러. 이 돈은 그로서리 매장을 통해 지역경제로 들어간다.
전체 고객들 가운데 75%가 푸드 스탬프 사용자인 찰스턴 소재 푸드 라이언의 매너저들은 월말이 가까워 올수록 매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7,000명을 헤아리는 주간 샤핑객의 80%가 푸드 스탬프 사용자인 브롱스 소재 멧 푸드마켓은 이번달 초에 비해 매상이 이미 10%가량 떨어졌다.
이곳의 매니저인 아브라함 고메즈는 푸드 스탬프 혜택 축소 효과가 이처럼 빨리 나타날 줄 미처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는 점포 매상이 급감하면 경비절감 차원에서 매장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물경제 전체로 파장이 확대된다는 얘기다.
푸드 스탬프 축소에 맞서 저소득층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예로 코네티컷에 활동기반을 둔 기구인‘홀섬 웨이브’는 파머스 마켓에서 사용되는 푸드 스탬프의 가치를 두 배로 늘렸다.
그러나 지역 단체나 비영리기구들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고메즈는 궁극적으로 영세민들이 값싼 국수류나 참치 통조림 등의 구입을 늘리고 장바구니에서 신선한 야채를 덜어내며 고기도 상등급품은 피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톨릭 자선단체가 운영하는 수프 키친에서 봉사하는 노린 버티머 수녀는 “푸드 스탬프 삭감으로 이미 배를 곯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가 가난한 이웃들에게 얼마나 무심한지를 생각할 때마다 무서움증이 든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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