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탈북인들 워싱턴서 김영식씨 칠순잔치
후원자들도 축하...‘자유북한인연합회’창립도
“내가 너무 좋아 말을 못하갔수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마이크 앞에 선 김영식 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김영식 씨를 위해 18일 미주 탈북인들이 워싱턴에서 마련한 칠순잔치 자리. 시종 즐거운 표정을 짓던 그였지만 북받치는 감정을 끝내 억제하지 못했다.
애난데일 소재 한 한식당에는 미전역에서 날아온 수십명의 탈북인들과 워싱턴 지역 인권운동단체 관계자, 평소 탈북인 지원에 앞장서온 종교인 등으로 만원이었다. 김 씨의 건강과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건배를 들었고 축사와 축하 공연이 이어지고 케이크도 잘랐다. 모든 순서들은 2년 늦게 칠순잔치를 하게 된 김 씨에게로 초점이 모아졌다.
김 씨는 키르기스탄에 머물고 있던 중 2011년 워싱턴 한인들의 도움으로 미국 망명에 성공한 사람. 러시아 벌목공으로 오랜 고생을 했고 미국에 오기 전에 발가락 부상이 도져 목숨이 위험해지는 등 그가 겪은 고생은 본보를 통해 자세히 보도된 바 있다.
현재 유타주에 거주하고 있는 김 씨에게 늦게나마 칠순잔치를 해주자는 아이디어는 마영애 미주탈북자선교회 대표,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김영옥 씨 등이 먼저 냈다.
특히 잔치를 위해 많은 경비를 부담한 김영옥 씨는 “북한에 병들어 누워계신 아버지를 7년째 못보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마영애 씨도 “결혼도 한 번 하지 못하고 이국을 떠돈 김 씨 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나도 김 씨를 아버지라 부르고 있고 김 씨도 김영옥 씨와 나를 두 딸로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원상 목사(와싱톤중앙장로교회 원로목사)는 설교에서 “앞으로 김 씨가 진정한 소원을 하나님 나라에 두고 통일의 그날까지 기쁘게 살아달라”고 당부했고 워싱턴한인연합회의 린다 한 회장은 행사 준비에 힘쓴 마영애 씨를 가르키며 “순대를 썰어가며 탈북인들을 살리기 위해 힘쓴 이런 분들이 몇 명만 더 있으면 크게 탈북인 사회가 달라질 것”이라고 격려를 했다.
오찬에 앞서 열린 예배에서는 김만풍 목사(워싱턴지구촌교회)의 기도, 정병완 목사의 축도가 있었고 박시몬 목사, 탈북인 김연화 씨가 찬양을 했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미주 탈북인들이 한마음으로 단합해 스스로의 권익을 찾고 남북통일에도 기여하자며 조직한 ‘미주자유북한인연합회(회장 박철)’도 이날 공식 출범했다.
탈북인들은 19일 백악관 앞에서 탈북인들의 인권 회복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기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20일에는 뉴욕 유엔, 북한대표부 앞에서도 합동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미주자유북한인연합회의 박철 회장은 “미주 한인동포들과 단체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우리가 이렇게 정착해 잘 살수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성숙한 탈북인 커뮤니티를 만들고 인권운동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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