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 방문땐 아베에 잘못된 신호
북한에 한미동맹 강조 효과도 기대
물밑 외교력 펼친 한국
오바마 방문 얻어낸 대신
FTA 등 실리 내줄 가능성
오바마 대통령의 4월 아시아 순방 계획은 지난해 11월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조지타운대 연설에서 처음 알려졌다. 라이스 보좌관은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강조하며 이 사실을 공개했고 이때 일본 언론들은 오바마가 일본에 올 것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바마의 국빈방문을 추진해 온 게 공공연한 비밀이던 시점이었다.
한국의 외교력이 오바마의 방한에 집중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당시 오바마의 아시아 순방 계획에서 한국은 제외된 상태였다. 동북아 3국 가운데 오바마가 일본만 콕 찍어 방문하는 건 한국 정부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아베의 우경화 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할 미국이 되레 정상외교로 이를 추인하는 모양이 되는 점도 문제였다. 한국은 물밑에서 총력전을 벌였지만 백악관의 침묵은 길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꾼 중요한 사건이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였다. 과거사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양비론적인 시각을 보이던 오바마 정부는 이때 이후로 갈등 원인이 일본에 있다는 한국의 논리를 수긍하기 시작했다. 오바마가 한일 갈등의 민감한 시기에 일본만 방문하는 것이 가져올 후폭풍도 심각히 고려됐다. 이달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한국 방문 희망 의사를 밝히면서 백악관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졌다. 오바마가 시 주석보다 먼저 한국을 찾지 않으면 동북아에 혼란스런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백악관은 12일 성명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4월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을 방문한다"며 한국을 순방국에 포함시켰다. <본보 13일자 1면 보도> 아직 자세한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본이 요구한 국빈방문 일정인 2박3일을 쪼개 일본과 한국을 1박2일씩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의 일정 조정은 아베의 우경화 행보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않겠다는 미국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미 안보동맹 태세와 북핵 및 도발에 대한 빈틈없는 공조를 강조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반면 일본으로서는 최근 버지니아주 동해병기법안 의회 통과를 비롯해 대미 외교전에서 잇따라 타격을 입은 모양이 됐다. <이태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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