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린 지 13일 만에 2만5,00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예상 보다 빠른 속도에 김 회장과 버지니아한인회 임원들은 크게 고무됐다. 조만간 백악관 참모들이 한인들과 이 문제의 전문가를 부르고 토론을 거친 뒤 적절한 답변을 내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 그게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절차였다.
백악관 단독표기 공식 입장 천명에 낙담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전에 월남계 시민들이 벌인 청원 캠페인이 감정적인 문제로 비화하면서 이해 당사자들 간에 갈등이 생기자 백악관이 초청 브리핑을 생략하기로 한 것이다. 일본도 “일본해라는 이름은 국무부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표준이다. 동해병기는 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다”라는 내용의 반대 청원으로 맞불을 놓은 것도 크게 작용했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분개한 미주한인사회는 인터넷 청원 캠페인에 더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고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0만2,044명. 피터 김 회장이 마지막으로 확인한 서명자 숫자이다. 그에 비해 비슷한 시기에 일본은 2만8,000여명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한인사회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관심을 근거로 백악관에 수없이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해대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일본의 노다 총리가 4월말쯤 오바마를 만나고 갔다. 특별한 이슈가 없었던 걸로 봐서 ‘동해병기’ 문제를 초장에 잠재워 버리겠다는 의도로 온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갔다. 하지만 증거는 없어서 더욱 화가 났다.
세계한인회장대회가 6월에 서울서 열려 버지니아한인회 임원들과 한국에 가 있는 동안에도 김 회장은 백악관의 공식 답변에만 신경이 쏠려 있었다. 6월29일 갑자기 도착한 이메일은 그러나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국무부가 일본해를 공식 사용하고 있어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화가 치밀어 “왜 교육과 관련된 문제를 국무부의 입장을 빌어 대답하느냐. 잘못된 대답이다”라고 강력 항의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그 막강한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이 그렇다고 재확인 되는 순간 한인들은 크게 기가 꺾인 상태였다. “그만하면 됐다”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눈치였다. 더 이상 나가는 것은 미국 정책에 반대되기 때문에 ‘반정부 활동’이 될 수 있다는 논리도 있었다. 이후 버지니아한인회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동해병기 캠페인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그럴수록 김 회장은 오기가 발동했다. 뭔가 길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방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첫 위기였다.
(계속)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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