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득 높은 지역 주민들 기대수명 길어
▶ 부유한 버지니아 카운티와 폐광촌 비교, 남성 평균 기대수명 거의 20살 차이, 열악한 삶의 조건, 스트레스가 수명 단축
페어팩스의 한 시니어 센터에서 강연회가 열리고 있다. 부촌인 페어팩스에서 은퇴자들은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들을 이용하며 건강한 노후를 즐긴다.
웨스트버지니아의 폐광촌인 맥다우얼. 석탄산업 쇠퇴 후 수십년 주민들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인 남성 평균 기대수명은 64세.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성인남성 기대수명은 82세이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와 웨스트 버지니아주 맥다우얼 카운티는 350마일 떨어져 있다.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계속 서쪽으로 가다 보면 석탄 광산촌인 맥다우얼이 나온다. 그런데 이들 두 카운티를 뚝 떨어지게 만드는 것은 물리적 거리가 아니다. 빈부의 차이이다. 페어팩스는 있는 자들이 사는 곳, 맥다우얼은 없는 자들이 사는 곳이다. 이런 소득격차가 기대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 DC 바로 외곽에 위치한 페어팩스는 정부 하청업체와 테크놀러지 업체들이 들어선 부유한 카운티이다. 가구당 중간소득은 10만7,000달러로 미 전국 카운티 중 최상위권이다. 맥다우얼은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빈곤에 찌든 지역이 되었다. 실업률은 높고 마약남용이 심각하다. 가구당 중간 소득은 페어팩스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 같은 차이가 만들어낸 가장 심각한 결과 중 하나는 주민들의 기대수명이다. 페어팩스 카운티 주민들은 미국에서 가장 장수하는 그룹에 속한다. 남성들의 기대수명은 82세, 여성들은 85세이다. 스웨덴에 버금가는 수명이다. 맥다우얼의 남녀 평균수명은 각각 64세와 73세로 이라크 수준이다.
“가난은 도둑”이라고 매릴랜드 대학의 마이클 라이시 사회정의학 교수는 말한다. “가난은 한 개인의 삶의 기회를 줄일 뿐 아니라 수명을 몇 년씩 훔쳐간다”고 관련 상원 패널에서 그는 증언했다.
이런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득 상위 절반 그룹을 대상으로 할 경우 65세에 도달한 남성은 지난 1970년대 후반에 비해 6년을 더 오래 산다. 소득 하위 절반 그룹의 남성은 단지 1.3년을 더 살뿐이다.
빈부 격차에 따른 기대수명의 격차는 연구진과 공공보건 관리들, 그리고 워싱턴의 정책 입안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의 수명이 길어지는 추세에 따라 연방 의원들은 소셜시큐리티 수령 연령을 높이는 등 기존의 정부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어야 할 필요성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변화가 일찍 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불공평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직면하게 되었다.
소득과 수명은 분명하게 연관관계가 있다. 가난한 사람들은 흡연 가능성이 높고 의료기관에 가서 진료를 받을 형편이 못 된다. 과체중인 경우가 많고, 가난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항상 시달리다 보니 건강에 문제가 생기곤 한다.
언제 어디서나 가난한 사람들은 부유한 사람들에 비해 수명이 짧은 경향이 있다. 방글라데시 국민들과 네덜란드 국민들을 비교해 보건 최저임금 생활자와 백만장자를 비교해보건 결과는 비슷하다.
페어팩스와 맥다우의 삶의 조건은 천양지차이다. 페어팩스에는 의사, 병원, 레크리에이션 센터, 상점, 식당, 수퍼마켓, 양로원, 데이케어 센터 등 시설이 넘치게 많아서 요람에서 무덤까지 필요한 서비스를 받는 데 불편이 없다. 연방정부와 계약을 맺은 안보업체와 군수업체들이 밀집해서 거의 불황을 모른다. 카운티 실업률은 3.6%. 전국 실업률은 현재 6.7%이다.
일자리는 대부분 건강보험과 은퇴연금을 제공하는 좋은 일자리들이고, 학군 좋고 노년층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도 뛰어나다. 시니어 센터로 가는 교통편이 제공되고 토끼 한 마리 입양하려고 해도 전문적 자문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느 서늘한 날 주중 아침, 존 맥기니스라는 57세 남성은 공공 실내 풀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스쿼시 코트, 골프 코스 까지 갖춰진 시설이다. 수중 운동 강사의 지도에 따라 일련의 운동을 하고 나면 그는 뜨거운 욕조에 들어가 몸을 푼다. 허리 수술을 6번이나 받은 그는 이런 시설과 운동 덕분에 건강을 유지할 수가 있다.
한편 어느 청명한 주말 오후, 350마일 떨어진 맥다우얼 카운티. 노령화 위원회 소속 간호사인 치아 록우드는 멜리사 코트너를 방문했다. 38살의 멜리사는 장애인과 노년층을 위해 저소득층 아파트에 살고 있다.
석탄 산업이 쇠퇴하면서 이곳에서는 수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빈곤이 깊을 대로 깊어졌다. 실업률은 8.8%. 불경기가 최악일 때는 실업률이 13%를 넘기도 했다. 일자리 찾기를 포기한 사람들까지 합하면 현재의 실업률은 더 높아진다.
카운티 주민 소득의 절반은 정부 보조금이다. 교사, 간호사, 의사, 정신건강 전문가, 마약치료 전문가가 무도 부족하고 대중교통 수단은 거의 없다.
록우드가 정기적으로 찾아가 체크하는 코트너는 어려서부터 건강문제가 있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16살 때부터 담배와 술을 시작했다. 21살에 뇌졸중이 와서 반신불수가 되었다. 다중 경화증에 조울증도 있다는 그는 장애인 웰페어와 푸드 스탬프로 생활한다. 이 지역 많은 사람들의 사정이 비슷하다. 당뇨, 비만, 심장질환, 마약 남용, 신장 질환, 탄광에서 얻은 폐질환 등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많다. 많은 경우 젊은 나이에 건강문제가 시작돼 수명이 단축되곤 한다.
1980년대 이후 기대수명을 예측하는 요소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한층 중요해졌다고 2008년 의회 예산국 보고서는 밝혔다. 은행 구좌에 들어있는 돈이 누군가의 삶을 단 하루라도 늘릴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매일 살아가면서 일자리, 의료, 주거, 식사, 운동 등과 관련해 결정을 내릴 때 돈이 영향을 미치고 이런 결과가 쌓여서 수명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페어팩스와 맥다우얼의 보건 통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소득만큼이나 두 카운티 간 격차가 크다. 페어팩스에서 성인 비만율은 24% 정도이고 8명 중 한명이 흡연자이다. 맥다우얼에서 성인 비만율은 30%가 넘고 3명 중 한명이 담배를 피운다. 장애 비율은 맥다우얼에서 5배 가량 높다.
식생활이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맥다우얼에는 수퍼마켓이 둘 뿐이고 미니마트나 패스트푸드 식당이 주 영양 공급원이다. 운동시설은 전혀 없다. 교육도 상관이 있다. 맥다우얼에서 대학 졸업자는 성인 18명 중 한명. 페어팩스에서는 60%가 대졸 이상 학력 소지자이다.
끝으로 빈곤한 삶은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스트레스로 잠을 잘 못자고 혈중 코티솔 수치가 올라가면서 고혈압 위험이 높아지고 궁극적으로 수명 단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개개인의 소득과 수명 사이에 직접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빈민지역의 열악한 삶의 조건이 주민들의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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