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은 두개의 조직이나 기구 따위를 하나로 합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유난히 정치인들이 통합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더욱 그렇다.
국가를 막론하고 정당 명칭에도 통합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사용된다. 선거 구호나 정당 명칭에 통합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그럴 듯하게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미주 한인 경제인들 사이에서 통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미주한인상공회의소총연합회(이하 상의총연)와 미주한인상공인총연합회(이하 상공인총연) 등 두 한인 경제인 연합체가 통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단체는 원래 하나였다. 2011년 상의총연이 차기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일부회원들이 선거관리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단체를 탈퇴한 뒤 상공인총연을 만들었다. 이후 한 단체는 오리지널 조직인데다 회원도 많고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는 점에서 주류, 다른 단체는 몇몇 사람이 급조해서 회원도 적고 특별한 활동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주류로 낙인이 찍혔다.
지난 수년간 한인 경제단체들은 봉사는 뒷전으로 미룬 채 갈등과 분열을 거듭해 왔다. 상의총연이 두 조직으로 갈라졌고 LA 한인 경제계를 대표한다는 한인상공회의소(이하 상의)도 5년만에 처음 경선으로 치러진 지난해 회장선거 이후 후유증이 장기간 지속돼 회장단이 단체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케니 박 상의회장은 “경선으로 인한 후유증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회장을 경선으로 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한인타운 JJ 그랜드 호텔에서 상의총연 정기이사회 및 총회가 열렸다. 상공인총연과의 통합 추진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미 전역에서 모인 20여명의 이사들은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김춘식 회장, 정주현 수석고문, 이정형 전 회장 등 3인으로 구성된 통합추진위원회로 하여금 상공인총연과 통합 협상에 나서도록 하고 권석대 상공인총연 회장을 이정형 전 상의총연 회장과 함께 통합단체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모임에서 전직회장을 지낸 한 인사는 “상의총연이 두 개로 갈라진 것은 저쪽 사람들(상공인총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진정 통합을 원한다면 상대방의 잘못을 따지려 들지 말고 무조건 용서하고 화해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상의총연이 상공인총연과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춘식 현 회장이 단체 내부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해왔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으나 다행히 이날 모임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 막을 내렸다.
김 회장은 지난 18일 “우리 쪽 입장을 상공인총연측에 전달했고 그 쪽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분열된 한인 경제인들이 하나가 돼 한인사회 발전에 힘을 모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상의총연, 상공인총연 모두 한인 경제인네트웍을 다지고 한인사회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존재하는 단체이다. 덩치 큰 사업체를 운영하는 재력가들이 취미 삼아 만나서 밥 먹고, 골프 치고, 감투싸움 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아닌 것이다.
한인 경제인들은 커뮤니티 성장과 화합을 위해 분열을 벗고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통합을 위해서는 서로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상대방의 허물을 감싸주는 것이 먼저다.
공자는 “군자는 모든 일을 자기책임으로 삼지만 소인은 잘못되거나 나쁜 일은 모두 남 탓으로 돌린다”고 말했다. 단체장들은 ‘장’ 자리에 오를 때마다 ‘통합’ ‘화합’ ‘ 단결’ ‘봉사’를 외친다. 하지만 단체장들이 즐겨 사용하는 이런 거창한 구호에 진정성이 얼마나 깃들어 있는지 의문이 든다.
상의총연과 상공인총연 모두 통합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초심으로 돌아가 봉사의 의미부터 되새겨야 한다. 당사자들은 대결을 벌일 것이 아니라 기득권 포기를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얻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인 경제단체들이 커뮤니티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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