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화 환율 1,030선 붕괴… 원인·전망 분석
▶ 무역수지 27개월 연속 흑자, 중국·우크라 등 대외악재 진정, 기업 채산성 악화우려 고개
달러 대 원화가치 상승으로 7일 환율이 1,030원선이 붕괴되면서 5년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뉴시스>
원화가치가 상승하면서 환율이 1,000원선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달 초 5년 가까이 지지됐던 1,050원선이 붕괴되더니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7일(한국시간) 1,030원선마저 붕괴됐다. 달러 약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한국 내에서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가 쏟아져 들어오는 등 안팎으로 환율 하락 압력이 거세다. 때문에 환율이 6년여 만에 세 자릿수에 접어들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환율 변동 메커니즘과 원·달러 환율 하락 원인, 앞으로의 전망 등을 심층 분석한다.
<구성훈 기자>
■ 수요와 공급이 변동 좌우
상품의 가치가 시장에 의해 결정되듯 화폐의 가치와 그에 따라 결정되는 환율도 외환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 움직인다. 외환시장에서 수요가 더 많으면 환율이 오르고 공급이 더 많으면 환율은 떨어진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은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환율이 결정되는 ‘시장변동 환율제’(Floating Exchange Rate)를 시행하고 있다. 시장변동 환율제는 외환 수급에 따라 환율이 자연적으로 변화하는 환율 제도를 말하는데 한국의 경우 IMF 이후 시장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존재하기 때문에 ‘관리 변동 환율제’(Managed Floating Exchange Rate·기본적으로는 변동 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그 변동폭이 클 경우 당국이 개입해 환율을 조정하는 것)에 가깝다.
환율 변동을 가져오는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국제수지다. 국제수지가 적자이면 외환공급이 수요보다 줄어들어 환율은 오르고 국제수지가 흑자이면 외환공급이 수요보다 늘어나 환율은 떨어진다. 현재 한국경제 상황을 보면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 경상수지 흑자 기조로 달러 쏟아져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8원 하락한 1,02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9일 1,050원선이 무너진 뒤 17 거래일 만에 1,020원대에 진입했다. 1,030원선이 붕괴된 것은 물론 1,020원선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환율은 2008년 8월11일(1,017.5원) 이후 5년9개월 만에 최저치다. 직전 거래일 대비 3.7원 오른 상태에서 출발한 원화가치가 7일 하루에만 4.1원 상승했지만 한국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이날 원화의 가파른 절상 움직임을 ‘한국 경제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받아들였다.
환율 하락 배경은 한국 시장에서 달러공급이 절대 우위인 상황에서 비롯됐다. 경상수지 흑자를 배경으로 그동안 쌓여있던 대기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단기간에 원화강세가 진행됐다. 경상수지 흑자는 작년보다 오히려 그 폭이 확대되고 있다. 1분기 중 흑자액은 151억달러로 지난해 1분기의 105억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수출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상반기까지 무역수지 흑자폭은 작년 폭을 20% 이상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의 외화예금도 2013년 한 해 동안 100억달러 정도 증가했다. 지난달 약간 감소했지만 2012년 말에 비하면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예금은 150억달러 정도가 더 많은 상태다.
여기에 외국인 주식자금의 순유입 규모 등을 감안하면 상반기 말까지 원·달러 수급은 공급요인이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4월 수출도 월간 수출액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많은 503억2,000만달러로 증가했다. 경상수지는 25개월, 무역수지는 27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대외악재 진정, 신흥국 통화도 강세
전문가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경제 불안 같은 대외 악재가 진정되고 위험자산 선호 기조가 나타나면서 원화가 크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고, 국가 신용등급 등을 고려하면 원화가 강세를 나타낼 만한 요인들은 많았지만 그동안 우크라이나·중국 사태 등으로 하락이 억제돼 왔다는 것이다.
신흥국 환율이 대단히 강하고 미국도 경기 회복을 위해서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는 점, 엔화도 약세폭을 줄이는 등 대외적인 여건은 원화 강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각국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달러 약세기조가 나타나는 것도 또 하나의 원화 강세 원인이다.
미국이 테이퍼링을 단행하고는 있으나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취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은 추가적인 부양정책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나타냈고 유럽 중앙은행(ECB) 또한 마찬가지다. 따라서 주요 통화들이 달러화에 강세를 나타내며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중국 위안화, 호주 달러 등 전반적인 신흥국 통화가 강세 기조를 나타내고 있어 원화도 함께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위안화의 경우 올 들어 3.5%나 하락했다.
■ 당분간 1,000~1,030원에서 오락가락
원·달러 환율은 일단 1,030원이 무너졌기 때문에 하단 지지선은 달러당 1,000원까지 내려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다만 5~6월 두어 달 동안 원·달러 환율은 세 자릿수 진입 여부를 두고 한국 경제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내수 중심의 경기 활성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 오는 7월까지는 달러당 1,000~1,030원 사이에서 원화 강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은 미국의 경기 상승세 강도와 지속 여부, 경기 상승 탄력 지속이란 전제 아래 미국의 테이퍼링 종료 및 금리인상 실행시기 등에 달려 있다.
가파른 환율 하락에 한국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7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 지수가 자동차, 조선, 전자 등을 중심으로 1% 가까이 하락하며 1,940선 밑(1,939.88)으로 떨어진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하는 결과다.
한국 생산분의 80% 가까이를 수출하는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는 경우 2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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