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마리의 양을 기를 수 있는 목초지가 있었다. 소유주가 없는 공유지인 이곳은 당초 풀을 먹일 수 있는 양을 100마리로 제한하는 규제가 지켜지고 있었지만 양의 수가 점차 늘자 상황이 달라졌다.
100마리 제한 규정 때문에 양들을 기르기 어렵다며 규제를 풀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결국 ‘하루 양 100 마리 제한’ 규제는 사라졌고 목초지에는 누구나 제한없이 양을 먹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목초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규제가 풀리자 목초지에는 수백마리의 양들로 넘쳐났고, 과도하게 풀을 뜯긴 목초지는 1마리의 양도 먹일 수 없는 황폐한 땅으로 변하고 말았다. 풀이 사라지자 목동들은 더 이상 양을 기를 수 없게 되는 공멸적인 손해를 보게 됐다.
이 이야기는 규제완화(Dergulation)의 위험성을 지적할 때 가장 흔히 제시되는 게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 개념으로 공적규제가 사라질 때 결과적으로 공멸의 비극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수 백명의 어린 생명들을 수장시킨 세월호의 참사 역시 무원칙한 규제완화가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지 보여준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당국의 수사와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안전을 위해 지켜오던 많은 규제들이 완화되거나 사라진 것이 비극의 단초가 됐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2009년 20년이었던 선령제한이 30년으로 늘어나 당초 운항될 수 없었던 세월호가 규제완화 로 인해 2012년 일본으로부터 도입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선박운항 안전규정도 규제완화의 목소리를 빗겨가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정부는 ‘내항선박 안전관리체제 이행요건’을 완화해 선장의 안전관리 책임을 덜어줬고, 경제적 이득을 명분으로 선박안전에 대한 인증심사절차가 완화됐고, 선박의 위험물 검사 규정도 크게 완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수년전부터 비극은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규제완화의 위험이 안전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21년 전 금융규제를 부패와 연결지으며 규제완화를 밀어부친 김영삼 정부로 인해 한국이 미증유의 국가부도 위기를 맞았던 인 ‘IMF 사태’를 기억해보자. 당시 한국 정부는 규제완화만이 살길이라며 규제혁파를 강조했지만 결국 나라를 외환위기의 나락으로 추락시키고 말았다.
규제완화의 참사는 미국도 빗겨가지 않았다.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레이건 시절 시작된 부자감세, 기업독점 규제 완화 그리고 이어진 파생금융 상품에 대한 규제완화가 2008년 미국 경제를 파산직전까지 몰고 갔던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불평등과 양극화는 심화됐다. 금융위기 직후 ‘99%를 자처한 시민들이 월가 점령시위에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공공을 위한 규제는 ‘철밥통’ 관료들의 ‘갑질’을 위해 만든 관료주의적 부패장벽과는 다른 것이다. 공공의 이익에 복무하는 온전한 규제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관료나 기업, 특정 이익집단이나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먼저 민주주의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상기하자. 건강한 민주주의가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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