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기자와 영국인이 참수 당하는 장면을 보고 느낀 점은 인간은 동물 중에 가장 잔인한 동물이라는 사실이다. 아들의 목이 잘려 나가는 현실에 아무 대응도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부모들의 심경이 어떠했을까. 미국기자 소틀로프(31)의 참수형이 집행되기 직전 그의 어머니 셜리여사는 IS(이슬람국가)의 우두머리인 알바그다디에게 자비를 구하는 간절한 호소문을 비디오로 만들어 띠웠는데 그 내용이 눈물겨웠다. 호소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의 아들 스티븐의 목숨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는 독재자들로부터 고통 받는 무슬림을 보도한 저널리스트이며 항상 약자편에 서 왔습니다. 나는 자비를 강조한 마호멧의 정신을 당신이 보여주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제발 아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런데 IS는 이 가련한 어머니의 호소가 있은 다음날 소틀로프 기자를 참수했다. 참수하는 장면과 참수한 후 소틀로프의 잘라진 머리를 그의 배 위에 얹어 놓은 인터넷 사진은 참혹하기 그지없었다. 종교를 가진 인간이 신념으로 인간을 미워할 때 인간은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성을 보이는구나. 정말 인간이 무섭네. 인간에게 인간은 가장 큰 희망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실망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사진을 인터넷에서 본 이후 하루 종일 속이 메스꺼워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이슬람 국가’로 불리는 IS는 어떤 단체이며 이 단체의 지도자 알바그다디는 누구인가. 후세인시절 이라크는 이슬람의 수니파가 지배하고 있었지만 미국 침공이후 시아파가 정권을 잡았다. 이에 따라 시아파의 수니파 대량 보복학살이 시작 되었으며 설 곳이 없어진 수니파의 극단주의자들은 무장하기 시작했으며 이들의 우두머리가 이슬람학 박사인 알바그다디다.
알바그다디는 지난 6월 칼리프 통치체제를 모방한 ‘이슬람 국가(IS)’를 시리아와 이라크 접경지대에 세웠으며 인원이 3만여명에 이른다. IS는 이라크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모술을 장악했으며 이어 바그다드 진격까지 시도하자 이라크의 요청으로 미국이 공습을 가해 진격을 제지한 것이다. 미국기자 2명을 참수한 것은 IS의 이에 대한 보복이다.
IS는 알카에다와는 완전히 다르다. 정규군을 갖고 있으며 광대한 지역을 지배하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이들이 야간 투시경, M16 소총 등 완전히 미군의 장비로 무장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군이 놓고 도망간 미군장비로 무장한 것이다. IS는 닥치는 대로 인질을 잡아 인질금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 하루 200만달러 매상을 올리는 유전도 점령하고 있고 모술공격을 통해 이라크은행에서 4억3천만달러를 획득해 재정이 풍부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에 성공한 후 “이제 중동의 테러전쟁은 끝났다”고 선언했지만 빈 라덴보다 더 잔인한 테러리스트인 알바그다디가 등장해 새로운 전쟁을 또 시작 해야 할 형편이다. 미국은 IS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IS는 이라크 수니파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으며 현 정권은 너무나 부패했기 때문에 IS와 싸우기도 벅찬 형편이다. IS를 분쇄할 수 있는 세력은 시리아의 알 아사드 대통령인데 미국은 알 아사드와 손을 잡으려 하지 않고 있다. 후세인이 없어지면 중동에 평화가 올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고 빈 라덴이 죽으면 테러가 없어질 줄 알았는데 미국인에 대한 테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미국이 지난 15년 동안 중동에서 치른 전쟁의 대가가 무엇인가. 이라크 침공 후유증은 앞으로 10여년간 더 계속될 것 같다. 중동은 미국에게 정말 피곤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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