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지출 마이너스 행진 경고등
▶ 내년 봄 지방선거도 고려한 듯
일본의 양적완화 확대는 소비지출이 전혀 개선되지 않으면서 디플레이션이 계속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한 외환거래소 모습.
[20조엔 더 푸는 일본 왜?]
“(증세 전에) 상정했던 것 가운데가장 나쁜 수치에 가깝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지난달 30일 일본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4월 소비세율을 4%에서 8%로 인상한 뒤 급격히 꺾인 소비와 경기지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튿날인 31일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 수준을 고려한 일본의 실질 가계 소비지출은 전년 동월 대비 5.6% 감소했다. 아베 정권이 증세를 단행한 4월 이후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으로 심지어 8월의 -4.7%보다도 낙폭이 확대됐다.
총리가 직접 기업들을 압박해 임금인상을 유도했지만 실질 가계수입은 전년 대비 6.0%나 급락했다. 악천후 등 일시적인 요인이 작용한 탓도있지만 꺾인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세금인상 이후 일시적인 경기냉각은 예고된 바 였지만 3·4분기가 끝나도록 증세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은 누구보다도 아베 총리 자신이 예상하지못한 일이었다.
■ 소비자 물가지수 경고등
무엇보다 디플레이션 탈출이라는 지상과제의 기준지표가 되는 소비자 물가지수(CPI)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날 총무성은 9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절대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일본은행이 목표로 제시한 2%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지만 이 가운데 2%포인트는 4월 증세가 끌어올린 인상분이다. 증세 효과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불과 1%에 그쳤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물가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제시한 2년 시한(2015년 4월)까지 인플레이션율을 2%로 끌어올릴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는 셈이다.
일본은행의 기습적인 추가 양적완화 조치는 올해 말 소비세율 추가 인상 여부 결정을 앞두고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라는 대외 불확실성과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국내 경기라는 대내 악재에 직면해 궁지에 몰린 아베 정권이 꺼져가는 경기 불씨를 살리기 위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꺼내 든 카드다.
■ 흔들리는‘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로 한때 빠르게 회복되던 일본 경제는 증세 여파로 올 2·4분기에 연율환산 기준 -7.1%로 곤두박질쳤다. 세율 인상 덕분에 물가는올랐지만 정부가 의도했던 경기 선순환에 따른 물가 상승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물가 상승폭이 소득 증가를 앞지르며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나쁜’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일본인들의 삶은 날로 팍팍해지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사그라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6년간 세계 경기를 떠받치는 데 일역을 담당해 온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되면서 일본의 수출경기도 기로에 놓이게 됐다. 시중에풀려나던 돈줄이 끊기고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세계 각국 경제에 타격이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의 출구전략에 따른 충격으로 일본 경제성장률이 0.86% 포인트 꺾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 조치와 함께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0%에서 0.5%로 하향 조정한 것은 이 같은 국내외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할 수 있다.
■ 물가상승률 2% 난망
무엇보다 아베 정권에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겠다고 제시했던 2년의 시한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지만 한동안 회복세를 보이던 물가는 계속되는 경기부진으로 다시 하락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불과 20여일 전인 지난 7일 회의때만 해도 “양적완화가 소기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던 일본 은행이 돌연 추가 조치를내놓은 데는 지금 대응하지 않으면 디플레이션 탈출의 기회를 영영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아베 총리도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디플레이션을 끝낼 놓칠 수 없는 기회"라며 절박한 심경을 내비친 바 있다.
게다가 올 12월 중에 아베 총리는 소비세율 추가 증세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아베 총리는 오는 11월17일 발표될 3·4분기 GDP 지표를 확인한 뒤 증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지만 재정 건전화를 국제공약으로 내건 상태에서 가능한 한 경기부양에 나서 추가증세 여지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쿄 소재 노린추킨 연구소의 미나미 다케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 통신에 “물가상승률이 1%로 둔화하고 유가가 물가 하락압력을 더하는 상황에서 구로다 총재가 더 이상 (디플레 탈출 성공 여부를) 자신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게다가 아베 총리의 소비세 추가 증세 결정도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지방선거 위기감도 한 몫
내년 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흔들리는 아베 정권 지지율도 간접적인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최근 각료들의 잇단 불상사로 지지기반이 흔들리면서 조기총선 가능성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 정국 불안을 타개하려는 아베 총리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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