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니 동창에 비치는 붉은 태양이 온 방안을 비춘다. 눈이 부셔 화들짝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데 아내가 한마디 거든다.
“9시가 다 돼가는 데 무슨 잠을 여태 자요? 아침 준비해 놓았고 커피도 끓여 놓았어요. 나는 수영장에 다녀올게요.”
문소리가 쾅 울리며 사방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TV를 켜고 한국방송을 보니 한 떼의 무리들이 양편으로 나뉘어 뒤엉켜 멱살잡이를 하며 밀고 당긴다. 학창시절 데모 때 생각이 스크린처럼 뇌리를 스쳐간다.
스크럼을 짠 학생들이 효자동 큰 도로를 다 메우고 경무대 앞에 늘어선 경찰들이 쏘아대는 총소리, 옆에서 구호를 외치던 학생이 발뒤꿈치에 총알을 맞고 쓰러지며 지르던 비명소리….
그렇다. 우리는 해방 이후 우리의 정당한 의사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며 살아왔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는 민중의 함성은 물대포, 최루탄 개스의 연기 속에 진압되고 우리는 쓰린 가슴을 안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6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저렇게 밖에 할 수 없는 것일까?정치인들이나 권력자들은 입만 열면 대화와 소통을 말한다. 대화는 하나, 자기편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결국엔 멱살잡이를 하고 한쪽은 거리로 뛰쳐나가고 한쪽은 강행 처리의 길을 간다.
어른들의 이런 저질 싸움을 보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장차 주인이 되었을 때 세상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걱정스럽다. 어른인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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