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나 미국 사회에서 자주 듣는 단어 중 하나는 ‘힐링’이다. 모 방송사의 ‘힐링캠프’가 인기 있고, 유명 연예인들의 상처와 힐링의 고백은 한 인간이 겪은 아픔을 공감하며 위로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힐링이란 단어는 상처를 전제로 한다. 즉 힐링이 많이 외쳐진다는 것은 상처가 많다는 것을 역으로 설명한다. 세상은 점점 편해지고 문명은 놀랍게 발전하여 손끝 하나로 지구촌 사람들과 교류하며 삶을 나누게 되었는데, 한편에서는 계속 힐링에 목말라 한다. 예전보다 더 외롭다고, 삶이 공허하다고 절규하며 주어진 생명을 스스로 마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 우리가 편하게 누리고 있는 문명의 이기들, 그리고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주려 애쓰는 많은 것들이 정말 그들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 때론 혼란스럽다.
우리에게 공기만큼 익숙해진 전기, 컴퓨터와 스마트폰. 돌아보면 언제부터 이런 물건들이 아무 질문 없이 우리 삶의 일부가 됬는지 모르겠다. 일의 효용성이 증가되고 우리의 삶이 편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 대가로 우리는 샘물과도 같은 쉼을 뺏앗겼고 밤을 도둑 맡았다. 전기가 없던 시절에는 늦은 밤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일을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았으리라. 대신 밖에서 하늘의 별을 보며 친구나 가족들과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내일을 위한 깊은 단잠에 빠졌다. ‘나의 가슴을 뛰게하는 일이 뭔지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내면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줘본적도 없다’는 씁쓸한 고백을 내담자들에게 종종 듣는다.
앞차를 열심히 따라갔더니 그 집의 차고라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제는 바쁘게 앞만 보고 정신없이 가던 길을 잠시 멈춰설 때이다. 하는 일을 다 접고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일을 시작할 때다. 매일이 힘들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번은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기 위해 한두 시간을 내야할 때이다. 음악이나 뉴스를 끄고 조용한 침묵 가운데, 때론 운전이나 산책 중에 떠오르는 기억과 생각들을 바라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세상 구석 구석 일어나는 사건이나 연예인 소식은 ‘빠꼼이’ 인데, 가장 소중한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감정은 외면하고 누르고 사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칼한 일인가? 내가 누구인지 자신을 돌아보며 내 마음의 쓴뿌리와 아픈 생채기가 무엇인지, 왜 특정한 이야기에 분노하는지 들여다봐야한다. 내면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 없이 힐링은 시작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상담 오는 부부에게 “상담을 통해서 무엇을 기대하고 변화되기를 원하세요?" 라고 물으면 어떤 이들은 “저 사람이 좀 변했으면 좋겠어요" 라고 답한다. 그러면 “우리는 남을 바꿀 능력이 없네요. 다만 내가 바뀔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고 그 것을 바꿀 힘만이 내게 있지요"라 답한다. “상담을 통해 본인이 바뀔 수 있는 부분은 어떤게 있을까요?"라고 물으면 두가지 반응이 있다.
“글쎄... 내가 잘못한 것도 분명 있을테니"라고 말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과 ‘난 잘못한게 없고 저 사람이 진짜 이상해요"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상담을 통해 상대의 말과 행동을 본인이 어떻게 인식해왔으며 그 인식 과정이 달라서 빚어낸 오해와 상처들을 볼 수 있도록 상담사가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내담자나 상담사가 해줄 게 거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남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상처가 치유되어 건강한 마음을 품고 싶은가? 그렇다면 내면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오늘부터 갖기 권한다. 바꿀 수 없는 상황 앞에서 다른 이를 향한 불평과 분노를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어느 새 내면 안에 찾아온 힘과 평안이 오늘 하루 우리 마음에 작은 감동과 힐링을 선물해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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