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 사는 노인들 특히 환영
▶ 일상생활 도움 받고 친목도 도모... 자원봉사로 운영돼 경비 절감
가상 은퇴촌에 가입하면 회원들이 서로 친구가 되어서 노년의 고독감을 이겨낼 수 있다. 캐피털 시티 빌리지의 릭 클라우드(오른쪽)와 다른 회원들.
텍사스, 오스틴의 가상 은퇴촌인 캐피털 시티 빌리지 회원들이 함께 영화를 보고 있다. 노인들이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공동체인 가상 은퇴촌이 미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나이 들어서도 대부분은 자기가 살던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한다. 양로시설로 들어가면 일단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들기 때문에 가능한 한 집에서 오래 사는 것이 돈을 아끼는 방법이다. 하지만 혼자 사는 노인들의 경우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무엇보다 고독감을 감당하기 어렵다. 가상의 마을을 만들어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친목도 도모하는 그룹이 생겨나고 있다. 가상 은퇴촌이다.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릭 클라우드(68)는 양로시설 보다 자기 집에서 계속 살고 싶었다. 하지만 이혼하고 혼자 사는 그로서는 두 딸의 도움 없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가상 은퇴촌에 대한 아이디어를 접하게 되었다. 회원제로 연 회비를 내면 생활에 필요한 도움들을 받을 수 있고 회원들끼리 친목을 나누며 사교도 가능하다. 클라우드는 4년 전 몇몇 친구들과 함께 캐피털 시티 빌리지라는 가상 은퇴촌을 시작했다.
은퇴한 테크놀로지 컨설턴트인 그는 “독신으로 혼자 늙어가는 게 걱정”이었다. 이제 클라우드는 필요한 모든 지원을 받고 있다. 캐피털 시티 빌리지 네트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회원들이 추천한 각종 서비스 회사들이 100여개나 뜬다. 그가 기르는 개를 산보시켜주거나 정원 일을 해줄 자원봉사자들도 수십명이나 된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으면 회원 집에서 열리는 콘서트나 동네 멕시칸 식당의 해피아워 등 모임에 가면 된다. 은퇴촌 친구들도 40여명이나 사귀었다.
일종의 상부상조 그룹인 가상 은퇴촌이 미전역에서 생겨나고 있다. 현재 40개주에 140개 가상 은퇴촌이 운영되고 있고 새로 설립 중인 은퇴촌도 120개나 된다.
가상 은퇴촌은 노년에 집에서 생활함으로써 돈을 절약하는 길, 고비용의 양로시설로 가는 시기를 가능한 한 늦추는 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연례 회비는 전국적으로 평균 450달러 정도. 회비를 낼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대개 지원이 있다. 많은 은퇴촌의 경우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을 도울 뿐 아니라 회원의 정원 일이나 약국에서 처방약 찾아오는 일, 회원이 샤핑을 가거나 공항에 갈 때 차편을 제공하는 일등을 맡아주기 때문에 회원들의 경비를 줄여준다.
무엇보다 유용한 것은 각종 서비스에 대한 회원들의 추천. 믿을 만한 집수리 전문가나 개인 운동 트레이너, 조리사 등을 추천받을 수 있다. 파트락이나 해피 아워, 단체 여행 등을 통해 회원 간 친목을 다지는 것도 빼놓을 수없는 혜택이다.
이런 사교생활이 뭔가 목표가 있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심신의 건강을 증대시킨다고 마크 애그로닌 노인정신과 전문의는 말한다. ‘나이드는 법’이란 책을 쓴 그는 “사람들이 늙어가면서 맞는 큰 딜레마가 고립”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가까이 살며 같이 어울리는 사람들의 네트웍을 갖게 되면 삶이 완전히 바뀐다고 한다.
회원들은 은퇴촌 웹사이트와 이메일을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 받는다. 혹은 지역 사무실로 전화를 하기도 한다. 아울러 많은 은퇴촌들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 사이트를 활용해 회원들이 서로 친목을 나누게 한다.
미국에서 가상 은퇴촌 1호는 지난 2002년 보스턴에서 시작된 비컨 힐 빌리지이다. 현재 회원은 거의 400명으로 미전국 은퇴촌들의 청사진 역할을 해왔다.
비콘 힐 빌리지 창설에 함께한 수잔 맥위트니-모스에게 비콘 힐 회원이 되는 것은 생각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커뮤니티와 우아한 집, 이웃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대로 머물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교통편이나 의료 등 노년에 제기되는 문제들을 짚어본 결과 가상 은퇴촌이 해법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이 들어서도 자신의 삶은 자신이 통제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가상 은퇴촌은 딱 맞는다고 81세의 맥위트니 -모스는 말한다. 은퇴촌은 노년층이 스스로를 돌보는 방안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헌신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참여함으로써 스스로 가치가 있다는 느낌, 뭔가 이뤄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그는 덧붙인다.
예비연구들에 의하면 가상 은퇴촌은 정말로 작동이 된다. 노인들에게 집에서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낙상 위험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 은퇴촌의 아이디어는 한마디로 서로 연결되어 함께 도우며 사는 것이라고 UC 버클리의 앤드류 샬라치 교수는 말한다. 어차피 성인들의 90%는 늙어서도 양로시설이 아닌 자기 집에 살고 싶어 하니 가상 은퇴촌의 미래는 밝다는 것이다.
특히 베이비부머들은 가족이나 정부에 의존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특징. 장차 은퇴촌은 대거 늘어날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한편 가상 은퇴촌은 회원이 중병에 걸렸을 때는 대개 특별한 방안이 없다. 하지만 몇몇 은퇴촌은 의료 관련 혁신적 방안들을 실험 중이다.
매서추세츠, 웨스트 뉴턴에 있는 은퇴촌은 지역 병원과 합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퇴원한 회원이 다시 입원하는 일을 예방한다.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를 매일 살펴보고 쓰레기를 내다 버려주며 장보기도 대신 해준다. 병원에 재입원 하지 않으면 돈이 많이 절약된다.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있는 은퇴촌은 지역 병원 두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회원의 건강 정보를 플래시 드라이브에 담아 열쇠고리에 끼고 다니게 한다. 아울러 사망에 대비한 준비를 돕는 기관들과도 회원들을 연결시켜 주고 있다.
재정 전문가에 의하면 가상 은퇴촌은 경제적으로 대단히 좋은 방안이다. 가장 큰 투자인 집의 에퀴티를 써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히 새로운 개념인 가상 은퇴촌이 앞으로 계속 잘 될지는 의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금이 부족하면 은퇴촌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상 은퇴촌은 본질적으로 비영리기구이며 회비로 재정을 부분적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비는 기금의 절반 넘을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는 재단과 기부금에 의존한다. 기금 모금을 끊임없이 해야 하는 구조이다. 이미 15개 은퇴촌이 재정 문제로 문을 닫았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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