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맞아 시기적절한 기사를 쓰려고 준비하던 중 한국일보 지난 6일자 신문에 게재 된 ‘사형수 이철수 비운의 삶 마감’이란 기사를 보고 필자는 시간이 멈추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6개월 전에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한 이철수 케이스를 성탄절을 맞아 다시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으로 이 글을 쓴다.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은 아직도 어느 대학 또는 무슨 커리어를 선택할지 부모에게 힌트 조차도 주지 않고 있다.
한국에서 교육받은 엄마는 한동안 아들녀석이 전공과 어느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하는지 알고 싶어 갖은 노력을 다해 보았지만 아들 녀석은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아 이젠 아들의 결정을 따르기로 했다.
미국에서 초중고등 학교는 물론 대학을 마친 필자는 아들에게 전공선택이나 대학 선택에 대해 아버지의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들 녀석이 아버지는 어떻게 변호사직을 선택했느냐고 물었다. 필자는 아들에게 학교에서 한인학생클럽 회원이냐고 물었다.
아들은 회원이긴 하지만 미팅에는 꾸준하게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필자는 될 수 있으면 한인 학생들과 시간도 많이 보내고 한인사회의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분석해 보라고 말했다. 아들에게 아버지가 변호사가 된 과정도 설명해 주었다.
필자는 시카고 레인텍크 매그넛 공립고교 재학 당시 공대나 의대를 갈 계획이었다.
이 학교는 시험을 통해 입학하는 학교로 미국에서 Ph. D. 박사학위가 제일 많이 나오는 고등학교이다. 그러나 필자는 지금의 아들 나이인 고 3때 우연히 한인 이철수 케이스를 접하고 그의 억울한 사연에 울컥하며 전공을 바꾸게 되었다.
이철수는 필자와 비슷한 어린 나이에 1964년 미국으로 이민 왔다. 필자는 1969년에 이민 왔다. 그는 1973년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에서 갱 두목을 죽였다는 억울하고 부당한 형사재판 결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남은 인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되었다. 그 시절 미국 내 한인사회는 그 수는 비록 적었지만 한 마음이 되어 뭉쳐 아시안 단체들과 손을 잡고 이철수 케이스의 억울함을 대외에 알리며 그를 돕는 일에 앞장섰다. 그 결과 1982년 기금을 모아 이철수 케이스를 다시 재판할 수 있게 되었고 그의 무죄를 입증해 1983년 이철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러나 이씨는 자유의 몸이 된 이후 그리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1992년 방화사건과 관련해 입은 화상으로 수십차례 피부이식 수술을 받으며 힘든 세월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내다 엘에이로 이주해 일을 하기도 했지만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웰페어와 메디칼에 의지해 살아오다 지난 2일 지병으로 향년 6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필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법대에 다닐 무렵 한인 단체 행사에서 우연히 이철수를 만날 기회가 있어 당신 때문에 내가 공대가 아닌 법대로 진로를 바꾸었다고 이야기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들에게 이 같은 이야기를 전하며 이철수 케이스를 영화 한 ‘True Believer’를 보라고 말했다. 필자가 변호사가 된 후 우리 한인들은 힘든 이민생활을 하면서도 강력사건에는 크게 휘말리지 않아 형사법 쪽과는 관계가 멀어졌다.
그대신 주로 한인들이 많이 하는 비즈니스 상법을 많이 취급하게 되었고 소송을 한다고 해도 민사소송을 주로 다루게 되었다. 하와이에서 사반세기 변호사 일을 하다 보니 필자의 법률사무소도 3명의 변호사로 시작해 이젠 9명의 전문 변호사와 5명의 법대 학생들이 함께하는 비교적 중견 규모의 법률회사가 되었다. 아울러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스태프들의 노력은 법조계에 나름대로 좋은 입소문이 나 종종 한인들의 형사법 케이스 의뢰가 들어오지만 이를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몇 달전 형사법 경험이 풍부한 한인 혈통의 여성 검사 출신이 우리 법률팀에 함께하며 우리 법률회사가 취급할 수 있는 케이스들이 더 다양해 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하와이 한인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철수 케이스처럼 하와이에서도 억울한 일을 당하는 한인들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변호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그날까지 필자의 법대 진학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이다.
fsp@dkpv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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