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전국 1,200개 몰 중 잘 되는 곳은 80%뿐
▶ 샤핑몰 건축 붐으로 너무 많이 지은 게 원인
텅 빈 건물과 주차장으로 흉물스러운 죽은 샤핑몰. 지난 2010년 이후 미전국에서 20여개 샤핑몰이 문을 닫았고, 60개 몰이 추가로 문을 닫을 전망이다.
[공룡의 멸종위기 맞은 샤핑몰들]
메릴랜드, 오윙스 밀스에 있는 샤핑몰인 오윙스 밀스 몰. 지난 크리스마스 직전 일요일, 대목을 앞둔 몰 안은 크리스마스 장식들과 캐롤로 흥겨웠다. 그런데 한 가지가 실종되었다. 바로 샤핑객이다. ‘징글 벨’ 음악소리가 쿵쾅 쿵쾅하고 푸드 코트에서는 맛있는 테리야키 치킨 냄새가 풍겨 나오는 데, 거대한 샤핑센터 안에서 문을 연 가게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샤핑객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길게 이어지는 샤핑몰 복도를 몇 안 되는 방문객들이 지나가면서 철제문이 굳게 잠긴 텅 빈 매장들을 들여다본다. 과거 H&M, 웻 실, 케이 주얼러스 같은 소매업체들이 입주해 있던 곳이다.
“너무 우울한 광경”이라고 질 칼라타(46)라는 고객은 말한다. 몇 주 있으면 폐업할 신발가게에서 그는 몇 켤레 남지 않은 운동화 중 하나를 신어보고 있다.
“전에는 손님들로 붐볐던 가게이지요. 크리스마스 때면 줄이 문밖까지 이어졌었어요. 이제는 문 연 가게가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예요.”
부동산 전문가들, 건축가들, 도시 설계가들, 인터넷 애호가들이 말하는 것 바로 ‘죽은 몰’의 대열에 오윙스 밀스 몰도 조만간 참여하게 될 판이다. 지난 2010년 이후 실내 샤핑몰 중 폐쇄된 것이 20여개가 되고, 60개 몰이 생사기로에 서있다는 것이 샤핑몰 업계 자문업체인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스의 통계이다.
샤핑몰들이 죽어버릴 것이라는 때 이른 예고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보다 복잡 미묘하다.
미국의 경제 추세를 광범위하게 반영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의 골이 갈수록 넓어지면서 고급 샤핑몰들은 번창하고, 중산층과 근로계층 샤핑몰들은 쇠퇴하고 있다. 시어스, K마트, J.C. 페니 같은 탄탄한 체인들이 들어서 있는 몰도 죽어가기는 마찬가지다.
그린 스트리트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D.J. 부시는 “다분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상황”이라고 말한다. 돈 있는 사람들은 최상위 5%나 10%를 겨냥하는 고급 샤핑 몰들을 계속 찾을 것이라는 것이지만 경제적 중간계층의 소득은 거의 늘어나지를 않았다.
오윙스 밀스 몰의 경우 J.C. 페니와 메이시스는 그런대로 버텨나가고 있다. 하지만 시어스, 로드 & 테일러 같은 중간급 백화점들과 지역 체인인 보스코브스 같은 가게들은 모두 생겼다가는 사라졌다.
1986년 개장하고 1998년 새 단장을 한 오윙스 밀스 몰은 죽어가는 몰이라고 하기에는 연륜이 짧다. 몰이 죽어가는 원인은 지역 주민들의 샤핑 습관 변화, 인구 구성원 변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샤핑몰 쇠퇴의 요인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지적하는 것은 온라인 샤핑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영향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소매 판매 중 온라인 매매는 10% 미만이다. 그리고 이로 인한 타격은 샤핑몰의 패션 체인이나 다른 소매점들 보다 주로 대형 백화점들에 가해진다.
샤핑몰의 근본적 문제는 상점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샤핑몰 건축이 장기간 붐을 일으키면서 미 전국 각지에 매장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 소매업체가 너무 많은 것이다.
하나 하나 죽어가는 샤핑몰은 이제 일종의 문화적 기념물같이 되어 가고 있다. “누구나 어려서 샤핑몰에 갔던 추억이 있다. 몰이 망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잭 토마스(26)라는 청년은 말한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샤핑센터 위원회는 지난 8월 홍보를 맡아줄 기업을 고용했다. 샤핑몰이 조만간 문을 닫을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들을 바꾸기 위해서였다.
지금 잘 되는 몰들은 앞으로도 계속 번창할 것이다. 하지만 점점 많은 몰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 지 현재로서는 해답이 없다.
미전국의 1,200개 샤핑몰 중 80% 정도는 공실률이 10% 이하로 잘 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이 비율은 94%였다고 관련 데이터 전문업체인 코스타 그룹은 밝힌다.
전체 샤핑몰의 거의 15%는 10~40%가 비어 있는 몰들이다. 2006년 이같은 몰은 5%였다. 그리고 3.4%(총 3,000만 평방피트가 넘는 면적)는 몰의 40% 이상이 비어있다. 죽음의 소용돌이가 시작되었다는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불경기 이후 샤핑몰들이 두 부류로 나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A급 몰들은 아주 잘 되는 반면 B급, C급 몰들은 공룡의 최후와 같은 앞날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인근의 부유한 교외지역인 베데스다의 경우 한때 고급 샤핑몰이던 화이트 플린트 몰은 지금 건물이 폐쇄되고 철거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 거기서 동쪽으로 반시간 운전해 가면 경제적 인종적으로 다양한 프린스 조지TM 카운티가 나오는 데 그곳의 랜도버 몰은 지난 2006년 철거되어 텅빈 주차장만 남아있다. 건물로는 시어스 하나 남아있는데, 시어스는 2014년 초 문을 닫았다.
오하이오, 애크론의 롤링 에이커스 몰은 몰을 살려보려던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결국 폐쇄되었다. 한때는 사방에서 버스 가득 샤핑객들이 몰려들던 곳으로 요즘도 그곳 푸드 코트에서 팔던 카라멜 팝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은퇴한 형사인 티모시 디모프는 말한다.
오윙스 밀스 몰은 죽은 몰이 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완전히 사망선고를 받은 것은 아니다. 몰은 재개발해 절반은 실내 샤핑몰, 절반은 옥외 샤핑 센터로 바꾸려는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코스코, 베스트바이, 타겟 등의 대형 매장들을 유치해 몰을 살려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샤핑객들이 인근의 고급 몰들로 몰려가고 있어서 전망이 좋지만은 않다. 오윙스 밀스도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고급 몰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몰의 간판 백화점이었던 색스 피프스 애비뉴가 문을 닫으면서 고급 이미지를 잃어버리고, 지금의 현실을 맞게 되었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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