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한 환자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 계신 아버님께서 위암으로 고생하시다가 나중에는 폐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그에게 되물었다. “아니 위암과 폐암 둘 다 걸리셨단 말입니까?” 환자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위암이 말기가 되어서 폐로 퍼져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그럼 위암으로 돌아가신 것입니다. 위암이 말기가 되면 다른 부위로 전이가 되는데 주로 간, 폐, 뇌, 뼈로 갑니다.
간으로 전이가 되어도 간암이라고 부르지 않고, 폐로 전이가 되어도 폐암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간에 퍼진 조직검사를 하면 간암세포가 나오지 않고 위암세포가 나옵니다.
또 폐에 퍼진 조직검사를 해도 폐암세포가 나오지 않고 역시 위암세포가 나오지요. 즉, 위암이 다른 어느 부위에 퍼져도 역시 위암인 것입니다. 부친께서는 위암으로 돌아가신 것이지, 폐암으로 돌아가시지 않으셨습니다.”
환자는 “아 그렇습니까? 우리 식구들은 지금까지 폐암으로 돌아가신 줄로 알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
희한하게도 이 환자가 생각한 것처럼 잘못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 환자와 같이 “처음에는 췌장암으로 고생하시다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라든가 “유방암에 걸렸는데, 나중에 뇌암이 되었다”라는 등의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여러분들도 이번 기회에 여기에 대해 확실히 알아두었으면 한다. 한국에서 오신 여러분들이 잘하는 말 중에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문구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번 위암은 어딜 가더라도(전이되더라도) 영원한 위암, 한 번 폐암은 어딜 가더라도 영원한 폐암이라는 것”을 알아두시길 바란다.
또한 여기서 보듯이 암은 참으로 전이를 잘한다. 마치 철없는 부랑아들이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듯이 암세포가 아주 작은 덩어리일 때부터 주위 혈관을 타고 다른 부위로 퍼지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전이를 많이 뿌려둔다. 우리가 아는 초음파, CT, MRI로는 2~2.5mm보다 작은 암은 찾아내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가 암환자를 진단할 때 “아직 암이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았다”고 하지만 사실은 “2mm보다 더 큰 암세포 전이는 아직 없다”고 해야 맞는 말이다.
그러나 1mm 정도 크기면 암세포 숫자는 몇억개가 넘는다.
그래서 수술로 암 덩어리를 제거한 후 암세포가 안 보인다고 하더라도 화학요법(chemotherapy)으로 보이지 않는 암세포들을 박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3년 후 다른 부위에서 본래 암이 귀신처럼 나타나서 그 때는 목숨을 잃게 되는 수가 많다. 즉, 암은 한 번 찾아내면 끝까지 추적치료해서 박멸해야 한다.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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