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산층이란 번 돈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가정
▶ 전체 가구 중 절반 이상이었던 것이 43%로 줄어
노스캐롤라이나, 이든의 섬유공장에서 13년간 일했던 리사 랜드(49)는 지난 2008년 감원당했다. 현재 그는 아버지, 레이(88)를 간호하며 아버지 집에 얹혀살고 있다.
플로리다, 탬파에 사는 싱글맘 아드넷 키데인(30)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패스트 푸드 식당 두 곳에서 일하고 있다.
[불경기 이후 저소득층으로 떨어진 케이스 많아]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주 국정연설에서 미국 경제의 토대라고 말한 중산층이 거의 반세기 동안 계속 감소하고 있다. 1960년대 후반만 해도 미국의 전체 가구 중 절반 이상은 연소득이 오늘의 화폐가치로 3만5,000달러에서 10만달러에 속하는 중산층이었다. 이후 중산층이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대부분 고소득 계층으로 편입하면서 중산층을 떠난 케이스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계속된 중산층 가구 감소 현상은 좀 다르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중산층을 이탈했다. 아울러 중산층 가구 중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가구는 줄어들고 노년층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대학 학비 부담, 육아 휴가, 데이케어 비용 부담, 주택 구매 등에 관한 제안을 하면서 중산층 되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배경에는 이러한 사회적 대변동이 있다. “중산층 경제학이란 근로 가정들이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 속에서 보다 안전하게 느끼도록 도와주는 것을 의미한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말했다.
중산층이라는 말은 상당히 애매하지만 여기서는 연소득 3만5,000달러 - 4인 가족 기준 공식 빈곤선 보다 약 50% 높은 소득 -에서 10만달러까지의 소득계층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연 소득이 10만달러가 넘는 가정들도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생각한다. 특히 북동부나 태평양 연안 지역과 같이 생활비가 비싼 지역에서는 그러하다.
“중산층이란 버는 돈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람들, 매달 생활하고 은퇴자금과 아이들 학자금을 저축을 할 수 있으며 휴가도 가고 오락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본다”고 전국 채용법 프로젝트의 크리스틴 오웬스 사무총장은 말한다.
리사 랜드(49)는 중산층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 중의 하나이다. 아버지가 사회보장 연금으로 매달 받는 1,300달러 그리고 성인 딸이 식품비로 보태주는 돈에 의지해 그는 살고 있다.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굳게 믿었던 몇 년 전과 비교해 지금의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섬유공장에서 고객 서비스 담당으로 13년간 일했던 그는 봉급이 상대적으로 적기는 했지만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도시 이든에서는 그런대로 살만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랜드는 감원 당했다. 병든 노부모 그리고 불경기로 무너진 지역 경제 앞에서 그는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 풀타임 간병인을 자처했다.
“돈이 많았던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것도 없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정말이지 아무 것도 과외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휴가며 외식 같은 건 생각도 못하지요.”
미국의 중산층은 수적으로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구성원도 변하고 있다. 현재 중산층은 미국 전체 가구의 43%에 해당하는 5,300만 가구. 이들 중산층은 이전 세대의 중산층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근년 중산층 중에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그룹은 가장이 65세 이상인 노년층 가구이다. 오늘날의 노년층은 이전 세대에 비해 나은 은퇴 베니핏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전통적 은퇴 연령이 지난 후에도 계속 일하는 노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3년 기준, 800만명 혹은 19%가 일을 하고 있는 데 이는 2000년과 비교해 거의 2배가 많은 숫자이다.
그 결과, 2000년 이후 가구 당 중간 소득은 9% 떨어진 데 반해 가장이 노년층인 가구의 소득은 14% 뛰어 올랐다.
중산층에서 노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지는 것은 부분적으로 사회보장 연금과 메디케어가 상당한 쿠션을 제공해주어서 빈곤 위기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래 사회보장제와 메디케어 제도는 노년층이 은퇴 후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망으로 만들어졌다.
중산층 중에서 자녀와 부부로 구성된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1960년대 후반 미국의 전체 가구 중 45%는 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였고, 중산층 가구 중에서는 60% 이상이 이런 전통적 가정의 모습이었다.
오늘날, 부부가 자녀를 데리고 사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1/4에 불과하다. 이런 전통적 가정이 인구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줄어들었지만 점점 많은 여성들이 결혼 후에도 일을 계속하면서 이들 가구의 소득은 높아졌다. 2000년 기준 이들 가구의 42%는 오늘의 화폐가치로 연 10만 달러 이상을 벌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중산층 성인들은 고등교육을 통해 그 자리에 올랐다. 뉴욕 타임스 분석에 의하면 1992년만 해도 중산층 가구 중 절반은 가장의 교육 수준이 고졸이나 그 이하였다. 현재는 중산층 중 37%만이 대학에 다니지 않았다.
뉴욕 타임스가 지난 12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스스로 중산층으로 여기는 사람들 중 60%는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부자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 목표 달성은 점점 어렵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중산층은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고 부자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되는 현상이다.
“중산층은 기본적으로 제자리걸음이에요. 나아진 게 없지요.”하버드 대학 경제학자인 로렌스 카츠는 말한다.
“지금 아이폰도 갖고 더 좋은 TV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중간 소득은 변하지 않았아요. 정말로 변한 것은 펜트하우스가 초호화판이 된 것이지요.”
하지만 중산층이 희망을 가질 만한 징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나아지고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는데 많은 일자리들은 전문적 서비스업, 의료계 그리고 다시 살아나고 있는 제조업 분야로 보수가 더 나은 직종들이다.
예를 들어 네이슨 파파스의 전망은 좋다. 인디애나, 먼시의 파파스(32)는 2000년대 중반 철강 근로자로 시간당 42달러 정도를 벌었다. 하지만 불경기가 닥쳐 건축 프로젝트들이 말라버리면서 그는 실직상태로 1년 반을 보냈다.
이후 그는 트럭 운전기사 자리를 얻어 이전에 비해 절반 조금 넘는 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안정된 일자리가 있다는 데 만족한다. “생활이 되고 의료보험도 가지고 있어요.”
게다가 그는 수퍼바이저로 승진된다는 소식을 방금 알게 되었다. 오버타임까지 합하면 그는 이제 연 8만달러의 소득을 갖게 된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며 그는 미래에 대해 희망적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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