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평론지의 평가로는 20세기의 최고 소설가라는 하퍼 리(88세) 여사가 두 번 째 소설을 금년 7월에 출간한다고 발표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 Bird)라고 한국어로도 번역된 리 여사의 첫 소설이 출판된 것은 1960년이었다. 그런데 mocking bird란 단어는 “입냄새”로 영한사전에 나와 있어 앵무새와 동의어인지가 아리숭하다. 좌우간 출판 직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누려온 그 소설은 1961년엔 퓰리처상을 받았고 1962년에는 동명으로 각색된 영화에 왕년의 유명배우 그레고리 펙이 주연으로 나와 열연을 했기 때문에 아카데미상을 받아 더 유명해진다. 그동안 40개 언어로 번역되어 4,000만부 이상 팔렸으며 아직도 매년 100만부가 매진된다는 것만 보아도 그 소설의 지속적인 인기를 알 수 있다.
따라서 그 같은 작가의 계속되는 창작을 기대하고 요망해왔던 출판 문학계의 기대와는 달리 하퍼 리는 며칠 전까지도 “더 쓸 말이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었다. 그나마 각종 언론기관으로부터의 인터뷰 요청을 철저히 거절해왔던 리 여사라서 얼마 전에 작고한 그의 친언니 등 측근들의 전언을 통한 간접 의사 표시였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여러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고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민간인으로서의 최고 훈장,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는 최고 예술상을 수여받았다.
변호사이기도 했던 그의 언니가 죽은 다음 리 여사의 새 변호사가 그의 소장품들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발견되었다는 그의 소설 원고는 사실 첫 소설이 나오기 전에 쓰여진 것이라는 보도다. 그의 첫 소설은 스카웃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가 아티커스란 이름의 부친을 앨라배마주 메이컴으로 방문해서 회고하는 내용으로 쓰여진 것을 출판사의 편집진이 어른으로서의 스카웃이 아니라 10세미만의 어린아이 관점으로 개필하라고 제안한 것을 수락한 결과였기 때문에 개작 이전의 첫 원고가 두 번 째 소설로 나오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불과 285쪽인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의 남부 흑백 관계를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절묘하게 그렸기 때문에 명작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자기 아버지 아티커스가 19세 백인 여자 메옐라를 겁탈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게된 톰 로빈슨이란 흑인 청년을 변호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술주정뱅이인 메옐라 아버지가 그를 때려서 오른쪽 눈두덩이에 퍼런 멍이 들게 해놓고서는 로빈슨이 겁탈하다가 그리 되었다고 보안관에게 달려 갔기 때문에 로빈슨이 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사실은 친구도 없는 메옐라가 로빈슨을 유혹하려 했지만 밀치고 나오는데 아버지가 나타나서 난동을 부리다가 다쳤을 뿐이었다. 그런데 아티커스가 그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메옐라에 대한 반대 심문으로 메옐라의 오른편 눈두덩이 상처는 왼손잡이인 그 아버지의 폭행이었으며 톰 로빈슨은 어렸을 때 입은 사고 때문에 왼손을 전혀 못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지만 흑인은 물론이고 여자조차 없는 배심원은 유죄 평결을 내린다. 당시 남부의 흑인 차별 내지 사법 살인 역사를 절실히 느끼게 만든 작품이다. 그 소설이나 영화를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1960년대에 리치몬드 시와 그 인근 핸오버 카운티의 교육위원회는 ‘앵무새 죽이기’를 부도덕한 소설이라고 규정하여 영어 교재 채택을 금지시킨 적이 있었다. 리 여사는 그 책을 부도덕한 책이라고 주장하는 교육위원들이 무지 무식하니까 그들의 재교육을 위해 수업료를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꼬집었다. 처음에는 여자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앨라배마대학으로 옮겨 영문학과 법학을 공부했지만 졸업은 하지 않았다는 리 여사의 법정 분위기 및 재판 진행 묘사는 그 어떤 변호사의 관찰보다 뛰어나다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다. 첫 판이 200만부라는 그의 둘째 소설이 기다려진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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