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0년도 지났으니 세월이 참 빠르기도 하다. ‘논두렁에 콩을 심으라’고 해서 동네마다 논두렁에다 간격을 두고 구멍을 뚫고 콩알을 하나씩 심어 놨다. 쉬운 일이어서 학생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가정마다 식솔들이 평균 10명씩이나 되었으니 경작지가 절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마을 운동으로 ‘유휴 농지(?)를 활용하라’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그 순박한 농민들은 그렇게 충실하게 따랐다.
‘국산품을 애용하자’고도 했다. 그 당시에 서민들은 외국산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사려고 한다한들 살 수도 없는 말로만 듣던 외국산 TV, 냉장고, 식료품, 화장품, 양주 등을 국산을 사라고 한다. 그러려니 했다. 감각도 물정도 모르는 시기였으니 ‘나랏님 말씀은 하나님 말씀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추호의 의심마저도 스스로를 불경스럽고 복 날아갈 것으로 생각했던 그런 백성들이었다.
논두렁에 심어 놓은 콩들은 보란 듯이 쑥쑥 자랐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잎만 무성했지 알이 열리지 않았다. 밭에 심어야 될 콩을 습한 논두렁에 심어놨으니 열매가 잘 맺을 리가 없었다. 논두렁 관리는 여름 장마철을 위해 상당히 중요하다. 겨울철 쥐구멍도 막아야 하고 물이 샌다든가 약해진 부분을 소나무 말뚝으로 보완도 하고 사람과 소가 위에 다니면서 다져두어야 장마에 탈이 없다.
그런데 콩을 심어 놨으니 이런 작업들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콩 수확도 제대로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장마철에 맨 윗 논부터 터져 내리기 시작한 논두렁은 저 아래 논은 거의 절반 이상의 논두렁이 유실되어 버렸다. 그런 집이 동네에 한두 집이겠는가, 그걸 보수하는데 따른 노동과 비용은 따로 설명하기에 지면이 아깝다. 이게 아마도 전국적이었는지 ‘논두렁에 콩심기’는 그 후로 아주 유명한 말이 되었지만 다음해가 되자 까마득히 잊어버린다.
그러기 10년 전이던 1966년에는 무슨 사카린을 밀수했는데 저 변방에서는 그런 일을 알 턱도 없고 뭐가 뭔지도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박정희와 이병철이 짜고, 즉 정부와 기업이 밀수공모를 하다가 적발된 것이었다. 이때 같이 들여온 것이 일본제 변기, 냉장고, 전화기, 에어컨 등이었다. 이 사건에 대한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현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의 부친인 김두한이 정일권 국회의장에게 ‘똥물’을 뿌려버린 사건도 이와 맞물려 있다.
그러면서 국산품을 애용하자고 했다. 럭키와 삼성, 현대차, 대한항공, 쌍용시멘트등 이 생산한 국산품 보호를 명목으로 같은 품목의 외국산에는 엄청난 보호관세를 붙였으니 국내에는 들어올 수가 없었고 들여오더라도 도저히 서민들은 살 수가 없을 정도로 비쌌다. 국민들은 죽으나 사나 그 국산품(?)만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한국의 재벌들이 탄생한다.
속으로야 그렇게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 벌게 만들어 준 그 사람이 고맙겠지만 정말로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은 누구이겠는가, 국민들이고 백성들이다. 그런 재벌이 한국경제에 끼친 영향을 전면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보다 더 적확하게 표현하자면 ‘박정희는 그런 재벌과 짜고 국민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한두 번, 아니 한두 가지가 아님에도 그런 폐해를 수도 없이 견제하고 경고했지만 오늘도 ‘논두렁에 콩을 심고 있는’ 수많은 국민들이 있지 않겠나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래봐야 별 수 있나?’ 하는 비켜서 있는 사람도 있을 수가 있을 것이고….
돈 없어서 대학 못가고 군대라고 입대해보니 남의 나라에까지 전쟁하러 가서 밤하늘의 십자성을 올려다보며 사무치는 고향을 그리면서 군 생활을 하고 있는 사이에 고시합격하고 스포츠 만능이라는 이완구 총리는 병역을 교묘하게 면제받았다.
부동산투기를 위한 위장전입이라는 단 한 가지 사유로 총리인준을 못 받았던 장상 총리서리가 물러났던 것이 13년 전 일이다. 그 뒤로도 얼마간의 세월이 흘렀건만 벌써 감옥에 들어가 있어야 할 사람이 버젓하게 총리를 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논두렁에 콩심고, 국산품 애용하라’는 말은 차라리 애교쯤으로 봐야 할까, 참으로 무던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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