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외교력과 자본력을 앞세워 아베 총리의 미의회 연설을 성사시키기 위해 강력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07년 마이크 혼다 의원이 발의한 일본군 강제위안부 결의안의 연방하원 본회의 통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톰 랜토스 의원이 살아있다면 이런 일본에 대해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 지난 2월에 7주기를 맞은 그를 추모하며 결의안 통과를 위해 헌신한 그의 노력을 되돌아본다.
1928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10대 소년으로 나치에 대항해 싸우다 체포되어 홀로코스트 희생자가 될 뻔했으나 극적으로 탈출을 하여 미국으로 왔다. 198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연방하원에 진출한 후 14번 연속 당선되었고 2007년 7월30일에 미하원 외교위원장(민주당)으로서 여당인 공화당을 설득시켜 위안부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게 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 그는 다음해인 2008년 2월11일에 식도암으로 80세의 생을 마감하였다.
이 결의안 통과는 우리에겐 참으로 천운이었다는 생각이다. 만일 그가 없었다면 당시 결의안을 하원 본회의에 올리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는 10여년의 과정을 돌아보면 LA를 방문한 그가 HR121 남가주연대(현 가주한미포럼) 실행위원들의 진정어린 설득을 받아들이고 적극지지로 나서 준 것이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된다.
본회의 상정에 앞서 하원 외교위 회의에서 일본정부의 강력한 로비에 영향을 받은 의원들과 난상토론을 해가며 39대 2라는 큰 표 차이로 통과를 이끈 주역이 바로 그였다. 일본이 이미 배상을 하였다거나 한일 양국 간의 문제에 왜 미국하원이 간여하느냐는 의원들의 반대의견에 부당함을 강력히 피력하며 반박하였다.
만약 이날 외교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면 결의안은 지금도 표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부상하고 동북아시아에서의 긴장이 전과 다른 분위기에서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인 일본의 이해에 반하는 결의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7년 7월30일은 월요일이었다. 의회는 보통 다음 주에 논의할 안건을 금요일에 발표하는 데 그는 이 안건을 금요일 발표 목록에 싣지 않고 있다가 일요일에 첨가시키는 편법을 써가며 결의안 통과에 공을 들였다. 금요일에 발표하면 주말에 일본의 막판 뒤집기 로비가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7월30일 당일 그는 혼다의원에 앞서 행한 지지발언을 통해 과거사에 정직하게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일본은 ‘역사적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지적하였다. 위안부들의 자발적 매춘행위였다는 일본의 주장을 “강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모르는 자들의 가소롭고 화가 치미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어 증언한 것”이라며 “우리 하원이 진실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이들의 편에 서는 것은 타당한 일”이라고 했다.
연방하원의 일본군 강제위안부 결의안 통과는 미국의 지방정부와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결의안이 통과되는 자극제가 되었다. 또한 기림비 및 소녀상의 건립이 줄지어 추진되는 결정적 근거로 작용하였다.
현재 아베 총리 정부는 미국 역사교과서에 나오는 일본군 위안부 내용을 없애려고 시도하고 있으며 침략국으로서의 반성은커녕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피해국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미의회 연설을 빌미로 과거사 문제에서 면죄부를 받으려 한다면 일본은 아직도 ‘역사적 기억상실증’을 심하게 앓고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자인하는 일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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