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종 때 최부라는 청백리가 홍문관 응교로 일할 때, 밑에서 보좌하던 송흠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고향이 이웃인 두 사람은 같은 시기에 휴가를 얻어 시골 고향에 내려갔다. 송흠의 고향은 전라도 영광, 최부의 고향은 나주였다.
한양에서 나주를 가려면 영광을 거쳐 더 내려가야 하는데 평소 흠모하던 최부가 마침 나주에 내려와 있었기에, 송흠은 고향 도착 며칠 후 최부를 찾아갔다. 재회의 정담을 나누다 최부가 송흠이 타고온 말을 보고 “저 말은 무슨 말인가?”하고 물었다. 송흠이 “역마 이지요”하고 대답했다. 역마는 관리가 길을 떠날 때 나라에서 지급하는 말이다.
송흠은 별 생각 없이 말했으나 최부는 “역마는 자네 고향 집까지만 타고 가라고 나라에서 빌려준 말인데 자네 집에서 우리 집까지 오는 일은 사적인 일이거늘 어찌 역마를 타고 왔다는 말인가”하고 꾸짖었다.
공공 재산을 유용하였다는 꾸짖음이었다. 송흠은 공금을 유용한 것도 아니고 기왕 타고 내려온 말을 조금 더 사용했을 뿐인데 너무하지 않나 섭섭히 생각하고 상경하였다. 역시 휴가를 마치고 상경한 최부는 바로 송흠의 잘못을 대간에게 알려 그를 파면시켰다.
파면된 송흠이 최부를 찾아가 하직 인사를 하자, 최부는 송흠의 손을 잡고 말했다. “자네 같은 젊은 사람일수록 앞으로 큰일을 할지 모르니 공과 사를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네.” 그 순간 송흠은 두 눈에서 헛것이 떨어져 나감을 느꼈고 섭섭했던 마음이 씻겨졌다고 전해온다. 공과 사를 가름이 칼날 같았던 선비정신은 우리의 탁한 마음에 카타르시스적인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다.
공금은 공적인 돈, 공금유용은 국가나 공공 단체의 운영을 위하여 마련된 자금을 개인이 사사로이 돌려쓰는 일이다.
그러면 공금횡령은 무엇인가. 이는 법률적 용어로 개인이 공금을 사사로이 불법으로 가로채는 일을 말함이니 달리 말하면 도둑질이다.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먼저 사리사욕을 탐하는 자들이며 공인으로서 공과 사에 대한 분별이 없는 사람들이다.
우리 한인 동포사회의 실상을 들여다보자. 4.29 폭동성금에서부터 시작해 근년 한미동포재단, 파바 등 단체들을 둘러싼 공금 유용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국가가 할당하는 예산이나 동포들이 모은 성금, 한인회를 포함한 비영리 단체들의 기금은 공금이며 이의 수입과 지출 내역은 1센트의 착오도 없이 회계 법인에 의하여 감사되고 미디어를 통하여 보고되어야 마땅하다. 한 점 의혹 없는 회계장부의 공개가 일상화 될 때 그러한 공적인 사업에 동참한 사람들의 순수하고 선량한 마음이 존중받게 될 것이다.
공금유용 병폐의 근절을 위해서는, 동포 개개인의 도덕적 의식의 재무장이 그 첫째이며, 철저한 민주의식의 함양 및 그 실천이 둘째이다. 세 번째는 이러한 일을 저지르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시스템의 구축이다.
리더들의 의식 개혁과 도덕적 자존심의 발현, 거기에 따르는 시스템과 인프라만 제대로 구축이 된다면 투명한 재정관리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노력 없이 공금 관련 병폐를 수수방관 한다면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공익을 위해 나선 사람들은 사심을 버려야 한다. 우리들 눈에서 헛것이 떨어져 나가는 변화를 기대한다. 올해는 공금유용 논란이 사라진 깨끗한 커뮤니티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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