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사는 일은 공기나 물처럼 꼭 필요한 일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관계를 통해서 삶의 의미와 존재감을 느끼고 살아갈 에너지를 얻기도 하며, 때로는 불편한 관계로 인해 상처와 좌절과 아픔을 경험한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관계를 더 중요시 하고 관계에 의존적인 성향이 있어 상처에 더 치명적이다. 상담소를 찾는 내담자의 75%는 관계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심리적인 고통을 호소한다.
때로는 관계의 어려움이 단순한 어려움을 넘어 ‘관계 중독’이 되기도 한다. 중독이란 ‘하지 않으면 못 견디고 그것을 하기 위해 어떤 대가라도 치르려고 하는 특성’을 지닌다.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의 경우, 중독자는 알코올이나 도박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의존성을 보이며, 점점 강도가 강해지는 내성이 생기고, 그것을 할 수 없게 될 때 금단현상을 경험한다.
‘의존적 관계’를 중독이라 부르는 이유는 이 같은 의존성과 내성과 금단현상 등 중독의 특성이 관계중독에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관계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관계에 내성이 생겨 상대에 대한 만족감이 떨어지며 권태가 생긴다. 그러다가 관계가 끊어지거나 일시적으로 연락이 소원해지면 금단현상을 견디지 못해 매달리고 집착하게 된다.
이처럼 중독성을 내포한 관계중독은 관계에 대한 결핍의 경험에서 온다. 부모의 과잉보호나 학대를 받은 경우, 어린시절 버림받은 경험이 있거나, 그로 인해 자존감과 자아정체감이 형성되지 못한 경우에 관계중독에 빠질 위험이 높다.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관계가 항상 우선이기 때문에, 관계를 깨지 않고 버림받지 않기 위한 모든 노력과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나 뒤돌아서면 채워지지 않는 마음에 허전하고 우울하고 불안해한다.
관계중독의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우선 한 사람에게 유난히 집착하는 유형이다. “당신은 나의 전부. 당신 없이는 못 살아”라고 말하며 상대를 구속하고 소유하려 든다. 어떤 이는 누군가 계속 필요해서 사람을 바꿔가며 표피적 관계를 지속하기도 한다. 중독에 빠진 남편을 구하려는 아내도 관계중독인 경우가 있는데, 이를 ‘동반의존증 (co-dependency)’이라 부른다. 이는 남편이 중독이 빠질 때 아내는 남편에게 중독되는 것이다. 즉 배우자를 구하겠다고 책임감에 불타서 자신의 인생을 고통으로 몰아 넣는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 물불 가지지 않고 열심히 일하거나 상대의 욕구를 자신의 욕구보다 우선시 하며 자신을 지나치게 희생시킨다.
‘서울중독심리 연구소’에서 제공하는 관계중독 진단표에서 제시하는 8가지 항목에 모두 해당된다면 관계중독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애인이나 남편에게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 떠나지 못함; 마음속에 늘 ‘이 사람도 날 떠나갈거야’ 라고 생각함; 혼자 있으면 마음에 구멍 뚫린 것처럼 외로움이 심하게 밀려옴; 난 사랑스럽거나 가치있지 않다고 생각함; 칭찬이나 선물을 받으면 불편함; 남의 부탁을 거절하면 죄책감에 시달림; 기쁨 슬픔 사랑의 감정 표현이 어려움; 누군가와 ‘너와 나’의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불안함.
관계는 나의 일부이지 전부는 아니다. 관계보다 더 본질적인 자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중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관계 패턴에 문제가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의 관계를 뒤돌아보며 어떤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가졌고 어떤 식으로 관계가 종결되었는지 살펴보고 그때의 느낌을 생각해 봐야 한다. 관계중독이 심해지면 자아정체성이 결여되고 의존적이며 삶의 가치와 행복이 타인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불안,우울, 충동, 폭식이나 자학적인 행동으로까지 악화되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과 치료가 필요하다. counseling@fccg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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