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애 코리아 커뮤니티 센터 맴버십 위원장, VA
1909년 10월 26일은 한국의 의사(義士) 안중근이 하얼빈 역에서 한국침탈의 원흉이며 동양평화의 교란자인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총살 응징하며 대한 남아의 기개를 세계만방에 떨친 ‘하얼빈 의거’일이다. 그는 의거직후 당당한 모습으로 자진 체포되며 여순 일제의 법정에서 6회의 공판 끝에 1910년 2월 14일 사형을 언도 받고, 이달 3월 26일 오전 10시 만주의 여순 감옥에서 사형을 당하셨다.
옥중에 있을 당시 그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가 진남포 본가로부터 동생 정근과 공근 형제를 보내어,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않는 것이 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 것이 아니니 몸부림하지 말고 의연히 버리라. 네가 한국 전체의 분노를 짊어지고 있으니, 네가 항소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나라를 위해 딴 마음 먹지 말고 떳떳이 죽으라, 뒷날 천국에서 뒤따라가는 이 어미와 반갑게 만나리라" 라며 장부의 위엄을 당부한다.
어머니의 기상과 기개가 남달랐던 영향이리라. 안중근 뿐만 아니라 함께 거사에 참가 했던 우덕순, 유동하, 조도선도 상고를 하지 않아 두 속결 단심으로 이 사건의 막을 내렸다. 침략자들의 비열하고 뻔한 재판 놀음에 매달리고 싶지 않아서였을 터이다. 더욱이 사형언도 직후 “안중근 얼굴에 미소가 올랐다” 고 하니 그 위풍당당함에 일본 법정이 충격의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알려진대로, 황해 해주 출신의 김구가 열아홉 청년 당시, 동학 농민의 연으로, 안중근의 집에 살며 그의 어머니의 큰 도움을 받고, 안중근의 아버지 안태훈 진사를 스승으로 섬기고 성리학을 배웠던 적이 있다. 김구는 거기에서 평생을 바쳐 가장 신뢰하게 될 그의 제 2의 가족을 만나게 된다. 훗날 안중근을 포함한 세 형제는 김구가 임시정부 내에서 가장 신임한 인물들이었고, 모든 사건들에 김구와 가장 직접적인 연결이 있었다. 이들의 혈연보다 진한 형제애의 이유는 다름 아닌 안중근 부모의 가정교육과 나라사랑의 올곧은 신념이 영향을 끼친 탓이었다.
백범 김구가 일본 법정에서 밀정 스티다를 주먹으로 때려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아 서대문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일화이다. 어머니 곽낙원 여사가 황해에서부터 달려와 면회를 신청하여,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아들 김구에게 하셨던 감동의 말씀이 있다. “창수야! (김구의 아명(兒名)) 나는 네가 경기 감사를 하는 것보다 자랑스럽다! 너는 나의 아들이고, 또 이 나라의 아들이다!” 김구는 목이 메여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정말이지, 세상에 다시없던 여걸이 아닐 수 없음을 새삼 실감하는 대목이다. 참으로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꿈꾸어 왔던 도마 안중근과, 대한민국의 큰 스승으로 한국의 독립운동을 마무리하는 큰 위업을 달성해 낸 백범 김구. 두 사람의 뒤에는 언제나 태산 같은 어머니들이 있었다. 1910년 2월 30일자 ‘대한일보 매일신보’는 안중근 의사의 사형 확정 소식을 다루며 독립의사를 키워낸 두 어머니의 큰 기상을 기리는 취지의 "그 어머니의 그 아들” 이라는 뜻으로 시모시자(是母是子)라 대서특필한다. 조국 독립의 촛불 같은 희망 하나만을 품에 안고 불구덩이 속을 끝까지 전진 할 수 있던 그들의 원동력은 오롯이 평생을 바쳐 뒷바라지 해주신 훌륭한 어머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정에서 보여주는 참교육이 자식들의 미래를 어떻게 쌓아올리는가를 알 수 있는 귀중한 대목이고, 큰 교훈이다. 선열들이 혼과 목숨을 바쳐 지켜낸 이 대한민국의 훌륭한 전통과 유산의 계승은, 나 하나의 작은 노력으로부터 시작 될 것이다. 이 시대의 안중근 의사와 김구 선생과 같은 민족의 지도자를 키워내는 일이 어머니들의 손에 달려있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5주년을 맞아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일 갈등의 거친 파도 앞에서 우리 모두 자신만을 앞세우는 자만에서 벗어나 위대한 선조들의 헌신적 의거를 완성하는데 함께하는 겸손이 절실한 때 임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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