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은 기온차이가 많았던 것 같다.
3월에 예상치 않은 폭설 때문이었을까? 유난이 긴 것 같은 겨울을 얼른 보내고 따스한 봄을 맞이하고 싶다. 한국의 3월도 만만치 않았다.
마크 리퍼트 대사 피습사건은 많은 논란과 국민들의 염려를 자아냈는데 리퍼트 대사는 사고를 크게 문제 삼고 나무라는 것보다는 한국민을 향해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대사의 “같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속에 무엇인가를 던져준 기분이었다.
얼마 전, 내게 한국에서 갓 온 클라이언트가 한 분 오셨다.
아이가 한국에서 왕따를 당해 미국행을 결심했다는 그 분의 이야기 속에 왠지 모를 설움이 배어나왔다. 내성적인 아이가 새 학년에 올라가면서 왕따를 당하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져 아이가 결국은 엄마한테 이야기 하게 되었고 그날부터 부모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유행처럼 퍼진 왕따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벌레 먹고 있고 그것은 나이가 들어 군대든 사회든 반복되는 악습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한국이 무한 경쟁으로 인해 고속의 발전을 한 것은 맞으나 누군가를 쓰러뜨리지 않고 올라가는 방법을 몰라 누군가를 밀어내는 새로운 국민성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윈윈(win-win)이라는 단어는 잊혀져가고 있고 오직 살아남아야 하는 강박 관념이 성품마저 험집 내고 있다고 이야기 해 주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을 돌볼 여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성급히 쌓아올린 성공은 결국 모래위에 커다랗고 보기 좋은 나무를 그냥 심어 놓은 것이라 언제 어떻게 쓰러질지 모른다며 아이들을 위해 과감이 미국행을 택했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의 교육이 훌륭한 사람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기계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통탄하고 갔다.
언제 한국이 이렇게 변했는가 모르겠다.
원래 한국민에게는 다른 민족에게는 찾기 쉽지 않은 “정”이 있었다.
주변국가로부터 그토록 많은 침략을 당했으면서도 서로 보듬고 의지하며 어려움을 견디어 내었다. IMF 때에는 어떠했는가 집에 있던 금들을 들고 나와 나라를 돕고자 했던 착한 민족이 아니던가. 그 정이 폐허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내었고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던 것이다. 사람은 가다가 문제에 봉착하면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들을 하곤 한다. 그렇다. 한국은 이제 아니 우리는 이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나는 현재의 상태를 ‘목마른 사회’로 표현한다. 부자는 더 가지려고 목마르고, 가난한 이들은 변화에 목마르고, 종교인들은 진실한 신앙의 삶에 목말라 하고 있다. ‘자기 사랑’을 경계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기를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남을 위한 배려와 양보는 손해’라고 가르치는 교육은 이기주의만 살찌운다. 서로 잘되는 사회가 아니고 상대방이 나보다 못해야 내가 잘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정 문화’가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정’ 문화가 회복되면 그동안 자기의 욕심을 채우기 급급한 ‘목마른 사회’에서 홀로 고립되어 ‘정신적 파산’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다. 나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주의적 생각과 성공 지상주의는 이제 내려놓고, ‘우리’로 묶어주는 동아줄처럼 서로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나뿐만 아니라 남도 돌볼 수 있는 ‘정’있는 이웃으로, 나만 성공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 같이 윈윈(win-win)하여 행복한 한국인이 되어야 한다. ‘정’을 통해 “남이 행복해져야 나도 행복해 질 수 있다”는 성숙한 삶의 가치와 목적을 다시 되찾는 우리의 의식과 생각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결국 ‘정’이라 함은 또 다른 표현의 ‘사랑’이 아닌가 싶다.
부활절을 맞아, 잃어버린 한국의 ‘정’을 부활시켜 ‘나눔’과 ‘배려’의 정신문화를 회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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