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이 오랜 가난의 역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업화를 이뤄나가는 그 힘든 때 우리를 울고 웃게 한 스포츠 영웅들이 있다. 홍수환이 그랬고, 차범근이 그랬고 박치기 왕 김일이 그랬다.
어려웠던 시절에 그들의 쾌거는 우리의 응어리진 가슴을 뚫어 주었었다.
우리의 산업화라는 과정 안에는 스포츠가 커다란 부분을 차지해왔다.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하고 앞으로는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위해 준비 중이다. 16일 동안 열린 88올림픽 경우 290만 명의 관람객과 4조 7천 억원의 생산유발효과, 1조 8천 억원의 부가가치 발생효과 그리고 34만 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2002년 한 달간의 월드컵에서는 88년 올림픽에 세배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이루어 내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데 대한 경제적 가치는 무려 2,100억 원, 16강에 오르면 900억 원이 추가되며 그 효과는 국내총생산 (GDP) 에도 영향을 준다 한다. 김연아 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딸때도 거기에 대한 경제효과가 얼마니, 돈으로 환산이 안된다느니 하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또한 1966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개최하기 전 한국은 4년후 열릴 서울 아시안게임 유치신청을 제기했고 다른 경쟁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순조롭게 개최권을 획득했다. 그러나 경기대회 1년을 앞두고 국내사정을 이유로 아시안게임을 철회함으로 다시 방콕에서 열리게 되었던 일도 있다. 그후 아시안게임이 한국에서 열리기까지는 16년이라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2009년 시카고에서 열렸던 전미주 대한체육회 총회에서 워싱턴 대한체육회는 미주체전 유치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결정은 캔사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리고 4년후 2013년 당시 최민한 회장은 캔사스에서 열린 같은 총회에서 체전 워싱턴 유치에 재도전 마침내 시애틀을 11표 차로 따돌리고 2015년 체전을 유치하게 되었다. 물론 힘든 경제에 힘든 체전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였지만 1995년 워싱턴 미주체전이후 20년 만에 이 지역에서 열린다는 생각에 흥분되었다. 3일 간 5-6,000 명의 인파가 이 지역으로 온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체전이 치뤄지는 헌던 (Herndon)이 한인 밀집 지역이 아니고 한인 비지니스도 많지 않다. 미주체전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3일 간 숙박 및 음식에 63만7,000달러 정도가 쓰여질 것이라 한다. 되도록이면 이러한 돈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비지니스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지만, 좌우지간 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
1970년대 영국의 뉴캐슬이라는 도시는 주력 산업이던 조선 산업이 사양의 길로 접어들면서 조선소가 문을 닫고 실업률은 치솟았으며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80년대 들어서면서 뉴캐슬은 다시 도약하는 도시로 거듭났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다시 한번 뛰자는 분위기가 높았다. 이 도시는 첨단 도시로 거듭났다. 그 모든 변화는 아주 작은 계기에서 비롯됐다. 뉴캐슬 지역에 있는 프로축구 ‘뉴캐슬 유나이티드’ 팀 덕이었다. 늘 하위권을 맴돌던 이 팀이 당시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다. 이 도시의 열광적인 축구팬들은 이에 크게 고무됐다. 그 것이 주민을 하나로 만들고, 그들 사이에 신명을 불러일으키게 된 것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나 팀이 승리를 거둔다. 그렇게 되면 일에 신바람이 나고, 자연스럽게 경제의 효율성도 올라가게 된다. 2015년 워싱턴 미주체전을 앞두고 나도 그런 작은 바람이 이 동네에도 불어 왔으면 싶다. 얼어버린 우리의 마음이 열리고 같은 동포애로 넘쳐나는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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