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천사인 선영이는 몸무게 3파운드 미만으로 태어나 시험관에서 50여일을 보낸 후에야 집으로 올 수 있었다. 하지만 돌이 지난지 얼마 후에 감기 기운과 열이 있는 상태에서 경기를 심하게 했다. 그때 마침 우리 집 앞을 지나가던 경찰차에 의해 부랴부랴 병원으로 데리고 갔지만 아마 그때 뇌에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선영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 나의 첫째 딸이다.
초등학교 일학년 때 학교로부터 선영이를 특수 프로그램으로 옮겨야 된다는 청천병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 선영이는 그때부터 지적 장애 판정을 받고 특수학교 교육을 받기 시작 했다. 그때 나는 내 자신에 더 큰 분노를 느꼈다. 왜냐하면 2살이 되어서야 귀저기를 뗐던 선영이가 그저 약간 늦는다고만 생각했지 설마하며 살아온 나의 안일한 모습을 정말 용서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나는 여태까지 살아온 나의 모습을 선영이를 통해서 찬찬히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 그 후로 선영이는 우리 가족의 모든 중심이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 가족의 모든 계획이 선영이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다.
우리 가족은 약 20여년 전에 캘리포니아에서 낯선 북버지니아로 이주했고 후천성 지적 장애를 가진 선영이는 페어팩스 학교에서 적응을 잘 못해서 이곳저곳 카운티의 학교를 옮겨 보았지만 선생님도 선영이도 서로 많이 힘들어 했다. 선영이는 그 당시 잠시라도 한곳에서 가만히 있지 않는 행동장애가 심해서 의사는 행동을 진정시키는 약을 먹이라 했지만 나는 행동장애가 있는 장애아들에게 많이 먹이는 이 약을 먹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음식 조절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4학년 때부터는 선영이가 몰라보게 행동장애가 많이 나아졌다.
그리고 우연히 버지니아한미장애인협회(VA KADPA)를 알게 되었다. 선영이도 비슷한 장애아들을 만나 서로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니 좋았고, 우리 부부도 같은 아픔을 가진 장애인 가족들과 이 아이들을 위해 뭔가를 함께 해 나가게 됐다. 지금 선영이와 우리 가족은 이 모임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삶에 많은 힘이 되고 있다. .
협회 모임이 있기 며칠 전부터 선영이는 언제 또 만나냐며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다른 장애인 가족들과 만나는 시간이 이제는 우리 가족 모두가 기다려지는 시간이 됐다. 수영교실, 스케이팅 교실, 매년 8월에 개최되는 2박3일의 에버그린 서머캠프, 가족캠프 등은 지나온 힘든 세월의 쉼표가 되어 주고 새힘을 얻을 수 있게 했다.
각각의 장애가 다른 장애우들의 천진난만한 웃음과 그들을 도와주러 오는, 이젠 친구가 되어 버린 많은 학생 자원봉사자들의 아름다운 땀방울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그저 이렇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그려내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게 조금은 위안이 된다. 이 모임은 아픔을 가진 부모들이 잠시나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식들 키우는데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려웠던 나날에 대해 가슴 속 깊이 눌러 놨던 이야기들을 부담 없이 편하게 토해 낼 수 있는 유일한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장애우들의 나이에 따라 준비해야 하는 일들을 알려주고 카운티나 주정부, 연방정부에서 제공하는 모든 베네핏을 회원들이 잘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일선에서 도와주는 임원과 이사들을 보며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른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연로해 가는 부모님들을 위해 의사 전달을 잘못하는 장애인 자녀가 생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그룹 홈을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모임을 통해 선영이가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우리 가족은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역시 혼자 보다는 여럿이 함께 할 때 지치지 않고 즐겁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www.vaKAD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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