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상담을 하면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우리 애는 자존감 (self-esteem)이 낮아요”다. 국어사전에도 없는데 10여년 전부터 유행처럼 번진 신조어인 ‘자존감’은 무엇일까? 이는 ‘자아존중감’의 줄임말로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뭔가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는 마음’이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자신에 대한 확고한 사랑과 믿음을 가지기 때문에 외부의 상황이나 타인에 따라 자신의 존재감이 급격히 변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녀들이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행복하길 바란다. 그러나 부모가 되어 자녀를 키우다 보면 말처럼 쉽지 않다. “조금만 더 하면 될 텐데… ”라는 부모님의 안타까움을 종종 본다. ‘조금만 더’의 마법에 걸리면 자녀들이 지금 잘 하고 있는 게 눈에 안 들어오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을 인정하고 칭찬하는 대신 성취해야 할 좀 더 높은 목표를 제시하는데 급급하다.
또한, 자존감을 높여주고 싶은 부모의 의도와는 달리 자녀들은 ‘지금 네 모습은 충분하지 않아. 조금 더 잘해야 인정 받고 사랑받을 수 있어’라는 숨은 의미를 전달 받는다. 부모님이 ‘조금만 더’를 외치면 외칠수록 자녀는 ‘나는 참 부족하고 쓸모없는 사람이구나’ ‘부모님의 기대에 난 영영 못 미칠 테니 애쓰고 노력한들 뭔 소용이 있나’ 등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품게 되어 좌절감, 무기력감, 우울감 등의 부정적 감정에 눌려 자존감은 곤두박질 친다. 왜냐하면 자존감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을 바라보는 주관적인 믿음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다’라고 하지만 사람은 표정과 행동으로 이중 메시지를 보내곤 한다. 한 번도 대놓고 “지금 네 모습은 사랑받기에 부족해. 조금만 더 잘 하면 사랑받을 거야”라고 말하지 않지만, 뇌발달이 아직 미숙한 자녀들은 표정과 말투를 통해 왜곡된 메세지를 전달받는다. 공부를 잘 할 때 ‘사랑한다’ 말하며 기쁘고 행복해하는 부모님의 얼굴, 그리고 시험을 못 봤을 때 냉랭하고 차갑던 부모의 표정과 행동은 뭔가를 잘했을 때는 사랑 받고 그렇지 못할 때는 사랑받지 못한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자녀들에게 전달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있는 모습 그대로’의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자녀가 가지고 있는 장점 30개를 찾아 보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딴지를 걸고 구체적이고 작은 것부터 칭찬거리를 찾다 보면 그 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자녀가 애쓰고 노력한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성취하지 못했지만 애쓰고 노력한 부분과 작년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게 있다면 그 점을 칭찬해보자. 자녀 스스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고 뭔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임을 인식하도록 자주 깨우쳐주는 일이 자녀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다.
낮은 자존감을 회복하는 일은 아이들에게만 국한된 과제는 아니다. 명문대를 나오고 좋은 직장을 다니지만, 낮은 자존감으로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여 ‘조금만 더’의 마법에 걸린 어른들을 어렵잖게 만난다. 타인에게는 성공한 사람으로 비춰지지만 자신이 늘 부족하다고 스스로를 실패자로 여기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에게는 너그러운데 유독 자신에게는 엄한 잣대로 가혹한 사람들. 다른 사람과 자신을 계속 비교하면서 자책하는 사람들. 이들 모두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회복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끌어안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을 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다른 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봄 햇살이 따스한 오늘은 꽃보다 아름답고 소중한 나에게 격려와 칭찬의 메시지를 띄워야겠다. counseling@fccg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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