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하는 사람’이라고 소문이 났는지 이번 아베 일본 총리의 지난 달 29일 미 의회 역사상 최초의 일본 수상의 의회연설에 항의하기 위해 워싱턴 한인사회가 범동포적으로 연방의회 앞에서 항의 시위를 계획하는 가운데, ‘참석 안할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한 행사 준비하시는 분 중에 ‘마이크 가지고 있는 게 있으면 빌려 달라’ 고 까지 한다.
시위는 일종의 ‘사회적 행위’이다. 물론 개인적인 원한이나 불만 때문에 하기도 하지만 전혀 개인적인 사안만으로는 의미도 소용도 별로 없다. 그것은 시위를 개인적인 영달의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을 위한 ‘기복’보다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기도’ 라는 말과도 상통한다고 보는 것이다.
시위를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시위가 꼭 필요한 것인가’에서부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법에서 허용되는 것인가’ ‘참가자들에게 피해는 없겠는가’ ‘이런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심지어 ‘개인적으로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가’ ‘누가 시키지도, 그렇다고 알아 주지도 않는데, 자기 돈, 시간 버려가면서...’ ‘그럴 시간에 돈이나 벌든지’ 등등.
나이 스물에 했던 그 고민들이 육십이 다 되어 가는데 하나도 변하지 않고, 그래서 망설여지고, 때로는 주저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까지 이 고민 저 생각 끝에 하는 시위행위에 대해서 주위의 ‘무관심’ 정도는 이골이 난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말없이 응원을 보내주고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전해 받으면서 조금은 위로가 된다.
한편으로는 물론 관심에서 그런다고는 하지만 노골적으로 ‘시위’에 대해서 ‘비난과 저주‘를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사안이 다르지만 그런 분들이 이번 시위에 많이 참석하시는 듯하다. 한번 참석해 본 분들은 잘 알겠지만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에서 시위를 한번 참석하려고 하면 보통 마음 가지고는 단순 참가하기도 물리적으로 쉽지가 않다.
또한 시위를 어디에서 하느냐도 시위할 때에 매우 중요하다. 억울함에는 반드시 상대가 있다. 이 세상에는 법으로도 해결을 못하는 일들이 수두룩하다. 그 법 위에 ‘돈’이 올라 앉아있는 지 이미 오래된 세상이다. 그래서 돈없고, 힘없는 사람들의 발악(?)같은 게 시위이다. 들어야 할 상대에게 어느 정도 전해질 수 있는 유관기관이나 가치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주로 시위의 장소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위의 타이밍이나 장소는 매우 적절하고 좋았다.
마지막으로 자발적이어야 좋다. 시간, 돈 들여가면서 스스로 참여한다는 것은 대단한 응집력과 파괴력의 전제 조건이다. 이번에도 모금을 하고 자발적 참여가 많이 눈에 뛴다.
재미 한인 교육학자 현용수 박사의 지적대로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정리의 차이점’에서 백악관 직원의 30~40%가 유대인이어서 ‘독일인들이 반성을 안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을 들어서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사명감’이 이번 거사를 가능하게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이런 소박한 사명감에 대해서 올해로 해방 70년을 맞는 우리민족의 리더들은 어디에서 무엇들을 하고 있었는지, 이번 시위에 대해서도 외교상의 문제나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들어서 마뜩하지 않게 생각할 수도 충분할 것으로 그 동안의 학습을 통해서 알 수 있고. 그래서 이런 용기 있는 한인들의 거사가 지속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하는 우려도 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 뭔가 정작 해결해야 할 내부적인 친일청산도 이루지 못하는 마당에 머나 먼 외국에서 외치는 과거사 정리와 역사왜곡, 위안부 문제의 본질적 접근에 대해 모국정부도 함께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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